“민주당 남인순 의원, 서울시에 ‘박원순 피소’ 알렸다”

입력 2020-12-30 18:21 수정 2020-12-30 18:30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은 박 전 시장이 여성단체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임순영 서울시장 젠더특보를 거쳐 피소가 예상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했다. 박 전 시장은 피소 가능성을 알고 하루 뒤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검찰은 수사 착수 4개월여 만에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고발된 청와대와 수사기관 관계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하며 수사를 종결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임종필)는 박 전 시장 피소 사실 유출 의혹과 관련해 공무상비밀누설, 성폭력처벌법 위반(비밀준수 등) 혐의로 고발된 청와대와 경찰, 검찰 관계자들에 대해 증거 없음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은 박 전 시장 휴대전화의 디지털 포렌식 자료와 통화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피소 사실 유출을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 8월 대검찰청으로부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고발장을 송부받아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의 피소 가능성은 피해자의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와 여성단체 대표, 남 의원을 거쳐 임 특보에게 전달됐다. 김 변호사는 지난 7월 7일 고소장 접수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와 면담한 뒤 여성단체 대표 A씨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이 내용은 A싸를 통해 또 다른 여성단체 대표 B씨, 남 의원을 거쳐 임 특보에게 전해졌다.

피소 가능성을 전해들은 박 전 시장은 7월 8일 임 특보에게 “피해자와 4월 사건 이전에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날 오전엔 비서실장에게 “피해자가 여성단체와 함께 뭘 하려는 것 같다. 공개되면 시장직을 던지고 대처할 예정이다. 그 쪽에서 고발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빠르면 오늘이나 내일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을까 싶다”며 대응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은 몇 시간 뒤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 등의 메시지를 남긴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검찰은 박 전 시장과 임 특보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분석 결과와 참고인 50여명에 대한 조사를 종합해 피소 사실이 청와대나 검찰, 경찰에 흘러간 정황이 없다고 판단했다. 남 의원과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피소 가능성을 알린 행위에 대해선 사적으로 취득한 정보여서 사법처리가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