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바이러스 확진자 또 나왔다… 거리두기 ‘물거품’ 우려

입력 2020-12-30 18:18
30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집단격리 조치가 내린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 입구에서 현장대응팀 직원의 페이스 실드에 성에가 얼어붙어 있다. 최현규 기자


영국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보유한 확진자가 추가로 확인되면서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 변이 바이러스가 코로나19의 향후 유행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판단, 이에 대한 대처를 강화할 계획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0일 영국발 입국 확진자 2명의 검체에서 코로나19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현재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변이 바이러스는 총 5건으로 늘었다.

새로 나온 2건 중 1건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사후 확진 판정을 받은 80대 남성이다. 심장질환이 있는 이 환자는 지난 13일 영국에서 입국한 뒤 자가격리를 해오다 26일 심장정지가 발생해 일산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이후 검체 채취와 응급처치가 이뤄졌으나 숨졌다. 이 남성의 부인과 딸, 사위 등 가족 3명은 지난 27일 양성 판정을 받았고 현재 정밀 검사가 진행 중이다.

추가적인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들 가족 3명 중 1명은 지난달 8일 먼저 입국해 자가격리에서 해제됐는데 격리해제 뒤 병원·미용실·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변이 바이러스가 검출된 또 다른 1건은 영국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경유해 입국한 20대 여성이다. 이 여성은 24일 입국 검역 과정에서 확진 판정을 받아 현재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 중이다.
방역 당국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파력이 1.7배 센 것으로 알려진 이 바이러스가 국내 우세종으로 자리 잡는다면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으로는 방역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권준욱 중대본 제2부본부장은 “전파력이 올라간다는 얘기는 똑같은 거리두기를 하거나 같은 전파 위험 행위를 했을 때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도 꺾일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3차 유행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증가 추세는 억제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뚜렷한 감소세도 보이지 않는 그런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이 내년 1월 3일까지인 만큼 이번 주말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기준은 충족된 상태다. 3단계 시행 기준은 전국 한 주 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가 800~1000명 이상일 때다. 최근 1주간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 수는 1009명이다. 방역 당국은 다만 3단계 격상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손영래 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1월 3일) 그 전에 이후의 거리두기 단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중대본을 중심으로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생활방역위원회 의견을 모아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