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축제의 고장’ 강원도 화천군이 산천어 식품 산업화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사실상 축제 취소로 애물단지가 된 산천어 77t을 소비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겨울축제가 아니더라도 저장성과 상품성 높은 식품을 통해 누구나 산천어 요리를 사계절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도 담겼다.
군은 30일 오후 재단법인 나라에서 산천어 요리 시식회를 가졌다. 국내 유명 호텔 쉐프 등이 산천어 반건조 제품과 통조림, 산천어 활어를 이용해 만든 20여개 요리를 선보였다. 회무침과 통구이 등 일반적인 산천어 음식을 비롯해 크림수프, 부야베스, 감바스알 하이오, 브루쉐따, 피자 등 이색적인 요리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산천어 통조림을 활용한 김치찌개, 산천어죽, 매콤한 맛과 쫄깃한 식감의 양념구이 등 다양한 한식 메뉴도 소개했다.
군은 관련 제품들에 대한 상표 등록과 동시에 홈쇼핑, 온·오프라인 마켓, 직거래 채널 등 다양한 유통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레시피 개발과 산천어 2차 가공품 생산을 통해 축제가 열리는 겨울철이 아니더라도 산천어 요리를 사계절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산천어 2차 가공식품은 소비자가 각자 기호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식재료 생산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 산천어 반건조 제품과 통조림 시제품 생산 가능단계까지 도달한 상태다.
반건조 제품은 산천어를 손질해 염장처리를 한 후 2차례의 건조단계를 거쳤다. 조리시 원형이 잘 유지되고, 다른 민물생선과 달리 잡내나 흙내가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조리가 간편하고, 한식이나 양식, 일식까지 범용성도 갖추고 있어 시장성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천어 통조림은 국내 식품 대기업과 손잡고 OEM(주문자 위탁생산) 방식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군은 내년 1월 9일부터 23일 동안 산천어축제를 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개최가 어려울 전망이다. 이 때문에 축제를 위해 미리 준비해 뒀던 산천어 77t 처리가 숙제로 남아있다. 군은 구제역 파동으로 축제가 취소됐던 2011년에도 산천어를 어묵과 퇴비용으로 활용했지만 물량이 워낙 많다 보니 판로를 찾기 힘들어 산천어 소비에 애를 먹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지역 음식업소에 산천어 식재료와 레시피 보급에 나서는 한편 관련 산업 일자도 창출해 지역경제에 힘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산천어를 주재료로 한 다양한 식품을 대중화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춘천=글 사진 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