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30일(현지시간) 자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1000만명분의 백신 계약을 체결한 우리 정부로서는 내년 2월 접종 개시 계획에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유럽 대륙과 미국을 중심으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신뢰도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영국 보건부가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 권고를 받아들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3일 아스트라제네카 측으로부터 신청이 들어온지 일주일 만이다.
앞서 파이낸션타임스(FT) 등 영국 언론은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이르면 다음달 4일부터 대중에 보급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다만 아스트라제네카가 여전히 유럽연합(EU)에는 사용승인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일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타임스는 전날 EU의 보건 규제 당국인 유럽의약품청(EMA) 관계자를 인용해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백신과 관련해 일부분의 정보만 제공하고 있고, 정식 사용승인 신청서도 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노엘 와티온 유럽의약품청(EMA) 부청장은 “현재까지 아스트라제네카는 EMA에 오직 백신의 임상 관련 데이터만 제공한 상태”라며 “이 정도 수준으로는 긴급 사용승인을 내주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는 백신의 품질에 대한 추가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 이후에야 승인 신청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뤼셀타임스 등은 와티온 부청장의 이 같은 발언을 토대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월 중에 사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EMA의 승인이 없으면 EU 27개 회원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사용할 수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 임상시험 진행 과정에서 부작용 관련 주요 정보를 늑장 보고해 미 보건 당국의 불신을 사는 바람에 일정도 늦어졌다. 아직 미국 내 3상 임상을 마치지 못했고, 3상이 마무리돼야 FDA 사용승인 심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승인이 상당히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과학계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일반적이지 않은 접종 방식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표하고 있다. 앞서 3상 임상 중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전체 용량을 2회 접종했을 경우 예방률은 62.1%에 그쳤다. 하지만 1회차에 절반을 용량을 접종한 후 2회차에 전체 용량을 투여했을 때 예방률은 90.0%로 향상됐다.
미 행정부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인 ‘초고속 작전’의 최고책임자 몬세프 슬라위 박사는 “두 접종 방식이 드러내는 효능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