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향하던 탈북민 5명이 중국에서 공안에 체포돼 북한으로 송환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탈북민 의사에 반해 강제북송되면 안 된다는 원칙 하에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유엔도 중국 정부에 우려를 표명했다. 북한은 코로나 유입을 우려해 일단 이들의 송환을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닐스 멜처 유엔 고문 문제 특별보고관은 탈북민 5명이 중국에서 체포됐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에 관한 서한을 지난 10월 27일 중국 정부에 보냈다.
탈북민들은 한국으로 가기 위해 지난 9월 12일 중국 선양을 떠났다. 하지만 다음 날인 13일 중국 황다오에서 공안에 체포돼 구금됐다. 탈북민은 49세 여성, 48세 남성, 14세 여성, 6개월 임신부, 신원미상의 성인 여성 등 총 5명이다.
실무그룹과 보고관들은 탈북민 체포와 구금, 이들의 강제송환이 임박했다는 정보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 ‘고문 및 그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 3조에 성문화된 ‘농르풀망 원칙’(망명자를 박해가 우려되는 지역으로 송환해선 안 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5명 중 한 명이 아동이며 다른 한 명이 임신부라 특별한 보호와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실무그룹과 보고관들은 중국 정부에 탈북민 체포·구금에 대한 법적 근거와 혐의, 탈북민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 등에 대해 질의했다. 아울러 유엔과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송환 조치를 중단하고 유엔 기구와 국제적십자사 등의 탈북민에 대한 접촉을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 정부도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로선 탈북민들이 중국에 계속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탈북민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북송 되면 안 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고, 인도주의 차원에서 탈북민의 자유의사에 따라야 한다는 등의 메시지를 (중국 정부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코로나19 유입을 우려해 이들의 입국을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된 지 3달이 넘었지만 탈북민들이 북한으로 송환되지 않고 중국에 머물고 있는 데엔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