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육가가 5060 적합 직무?… 한국판 뉴딜에 꿰맞춘 제도”

입력 2020-12-30 16:30

정부가 50~60대 구직자를 채용하는 중소·중견기업에 연 최대 96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 예산 243억원을 투입한다. 다만 인공지능(AI) 학습교육가·디지털금융강사·소프트웨어(SW) 품질테스터 등 지원 대상 직무가 은퇴를 앞둔 신중년이 폭넓게 접근할 수 있는 적합 직무와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29일 50~60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2021년도 신중년 적합 직무 고용장려금’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중소·중견기업이 정부가 정한 적합 직무에 50세 이상 구직자를 채용하면 1년간 최대 96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내년도 사업 규모는 5100명으로 예산은 243억원이다. 기업은 반드시 신중년 근로자를 채용하기 이전에 신청해야 한다. 또 월 근로시간은 60시간 이상이어야 한다.

고용부는 디지털과 환경 분야 중심의 29개 직무를 장려금 신규 지원 대상으로 확대했다. 디지털 분야에서는 빅데이터 기반으로 머신러닝·딥러닝을 지원하는 ‘AI 학습교육가’, 모바일로 디지털 금융상품·서비스 활용 방식을 교육하는 ‘디지털금융강사’, SW 출시 전 프로그램을 테스트하는 ‘SW 품질테스터’, 빅데이터·AI·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응용하는 ‘스마트팩토리 코디네이터’ 등이 선정됐다.

하지만 빅데이터·AI·IoT·SW 등 기술을 중심으로 한 지원 대상 직무는 은퇴를 앞둔 50~60대 신중년이 폭넓게 접근하긴 어려운 분야라는 지적이 나온다. 급변하는 기술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는 민첩성과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또 신재생에너지차 정비원, 태양광 설치 건설현장 감독, 신재생에너지 충전소 운영관리자 등 환경 분야 적합 직무도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디지털과 환경을 양대 축으로 하는 한국형 뉴딜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다 보니 제도의 목적과 수단이 불균형 형태를 띤다”며 “전문 기술이 마땅히 없는 신중년의 일자리가 더욱 절박하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애당초 정부 의도가 IT 등 전문 직종의 신중년을 위한 일자리 지원이라면 전문성과 단순 노동을 제도에서 구분하는 등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삼성 출신 신중년 인력이 마스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으로 건너가 스마트 공장 기술 자문 역할을 한 이후부터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사례가 있었다”며 “한국판 뉴딜 정책의 틀에 맞춰 신중년 적합 직무를 설계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