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탈세 등의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조석래(85)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대법원의 판결로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명예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1352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조 명예회장의 혐의 중 2008 사업연도 법인세 포탈 혐의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과세 관청이 조세심판원 결정에 따라 부과 처분을 취소했다면 그 처분은 효력을 잃게 돼 납세 의무가 없어진다”고 했다.
다만 2007 사업연도 관련 위법배당으로 인한 상법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해당 사업연도말까지 적립한 자본준비금을 같은 사업연도에 관한 이익배당의 재원으로 삼는 것은 법령상 근거가 없어 허용되지 않는다”며 “설령 회사의 이사 등이 이익배당 당시 자본준비금이 적립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법배당죄의 고의를 부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조 명예회장은 2003년부터 10년간 5000억원 가량의 분식회계를 통해 1200억원 가량의 법인세를 포탈하고,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698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차명으로 수천억대 주식을 사고팔아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소득세 약 109억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았다. 2007∼2008년 사업연도에 배당가능한 이익이 없음에도 위법하게 배당을 한 혐의도 받는다.
1심은 횡령, 배임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법인세 포탈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조 명예회장에게 징역 3년 벌금 1365억원을 선고했다. 2007년 회사가 손실을 봤는데도 이를 숨기고 249억5000여만원의 배당을 하도록 한 혐의(상법 위반)도 유죄로 봤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조 명예회장의 종합소득세 탈세 일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1심에서 인정한 상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효성에 1조1651억원을 초과하는 자본준비금이 적립된 이상 위법배당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효성은 “이번 선고로 회사에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점과 사익 추구가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인정받은 점은 다행스럽다”며 “유죄로 인정됐던 일부 원심판결을 대법원에서 무죄취지로 파기환송 하였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파기환송심에서 회사입장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