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자격시험을 준비하는 게 있어서 토익 시험(영어 대체 필수)을 신청하려고 봤는데 제주에 고사장이 없어요. 취준생이라 돈도 없는데 비행기 타고 토익 보러 가게 생겼어요.”
코로나19로 제주지역 학교들이 토익 고사장 개방에 난색을 보이면서 취업준비생들이 시험을 보기 위해 육지부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토익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접수가 진행 중인 1월 9일, 1월 24일, 2월 7일 시험의 경우 제주지역에서 응시 가능한 고사장은 없는 상태다.
같은 회차 시험에서 12~14개 시도에 선택 가능한 고사장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한 회 수천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주지역 토익 응시생들이 비싼 주말 항공요금을 내고 타 지역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오전 9시 20분 입실 마감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이른 오전 비행기 운항 횟수가 많은 김포공항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응시생들은 제주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한 수도권이동에 따른 감염 불안까지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토익 고사장 부족은 지난 1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후 전국적인 현상이 됐다. 제주지역의 경우에도 고사장 확보가 어려워 토익 응시생 수용 규모가 줄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제주도교육청이 민간 주관 자격시험의 학교시설물 사용을 사실상 제한하는 지침을 일선 학교에 파급하면서 내년 첫 토익부터 ‘원정 시험’이 현실화됐다.
도교육청은 지난 2일 제주형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시행으로 민간 주관 행사의 경우 100인 이상 집합을 금지하도록 조치된 데 따른 안내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토익 시험이 채용과 국가자격시험 응시에서 사실상 의무화 된 영어능력대체시험임을 감안할 때 제주도가 예외적 허용 사항으로 명시한 ‘공공복리 행사’로 해석해 별도의 대응책을 찾아야 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국토익위원회 관계자는 “코로나로 학교들이 대여를 꺼리면서 고사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 맞다”며 “제주 지역 학생들이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불편함이 없도록 고사장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도교육청은 “토익 시험 주관사가 방역 주체인 제주도와 협의해 허가서를 받아오면 학교시설물 관리 책임자인 학교장들에 대여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은 발송할 수 있다”는 입장을 알려왔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