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중형을 선고한 직후 재판장이 유죄 소감을 물어봤다는 풍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정 교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 교수가 무죄를 주장하면서 재판 진행을 어렵게 하자 재판장인 임정엽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가 수모를 주려한 것 아니냐는 게 소문의 내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임 부장판사는 정 교수에게 징역 4년을 받은 소감을 물은 게 아니라 형사소송법 72조에 따라 법정구속하기 전 의견을 밝힐 기회를 준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30일 “피고인에게 구속 전 의견진술 기회를 주지 않으면 위법 절차가 된다”며 “유죄 소감을 묻는 판사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임 부장판사는 정 교수의 1심 선고 직후 구속영장을 발부하기 전 “형사소송법 72조는 피고인을 구속할 때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와 변명할 기회를 주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에게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드린다”며 “구속과 관련된 의견을 말해주시고 구속된 사실을 누구에게 통지할지 말해달라”고 했다. 이때 피고인은 구속돼선 안 되는 사유나 시기를 늦춰야 하는 사정 등을 소명하는 게 통상적이다.
정 교수는 진술기회를 받은 뒤 “변호인이 저를 대리하면 안 되겠느냐”며 울먹였다. 그러자 임 부장판사는 “안 된다. 피고인의 의견을 말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정 교수는 큰 충격을 받은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이에 임 부장판사는 “특별히 할 말이 없으면 안 해도 된다. 구속 사실은 조국씨에게 전달하면 되겠느냐”고 했고, 정 교수는 “네”라고 답했다. 임 부장판사가 한 번 더 “할 말은 없느냐”고 물었지만 정 교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일각에서는 정 교수의 변호인이 대신 발언하지 못하게 한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변호인 선임의 효력은 심급의 종료 시까지이고 상소를 제기할 수 있을 뿐”이라며 “선고 이후 기존 변호인들은 정 교수 대신 의견을 진술할 변호권이 없어진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