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앞두고 집회에서 특정정당 지지를 호소하고 “대통령은 간첩”이라는 등의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근간”이라며 “숨 쉴 공간을 둘 수 있도록 제한 법령의 적용은 엄격해야 한다”고 무죄 근거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판사 허선아)는 30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던 전 목사는 곧바로 석방됐다.
전 목사는 지난해 12월 2일부터 올해 1월 21일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집회 등에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자유 우파 정당들을 지지해 달라”는 취지로 발언해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해 10월 9일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말하고, 지난해 12월 28일 집회에서는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전 목사가 말한 ‘자유우파 정당’은 그 의미 자체가 추상적이고 모호하다고 봤다. 그에 따라 전 목사가 지지하는 실제 정당이 어딘지 명확히 특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전 목사는 “자유우파 정당들이 연합해서 200석을 확보하면 대한민국이 산다”고 발언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전 목사의 발언 시점은 후보자 등록 전이라 선거운동 개념의 전제가 되는 ‘특정 후보자’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대통령은 간첩”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는 “수사학적 과장”이라고 판단했다. 명예훼손 성립에 필요한 사실 적시가 없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공적 인물인 문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이나 행보를 비판하는 취지의 의견 표명으로 보일 뿐”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전 목사 발언을 두고는 “전 목사가 나름대로 근거를 제시하면서 비판적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 정치적 이념으로서 일의적이고 확정적인 공산주의 개념이 존재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피해자는 현직 대통령이자 정치인인 공인으로서, 공적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검증은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더욱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 측은 선고 직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넓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