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재산이 최근 2개월 사이에 10조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당국의 전방위 압박 때문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지난 28일 기준으로 마윈의 순자산이 10월 말과 비교해 120억 달러(약 13조1040억원) 줄어든 494억 달러(53조8114억원)라고 보도했다.
세계 부호 순위를 매기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인덱스’에서도 마윈은 25위로 처졌다.
알리바바그룹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상장을 앞둔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마윈의 재산이 이렇게 급감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앤트그룹은 중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전자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회사로 결제 서비스뿐만 아니라 소액 소비자 대출 등으로 큰 이익을 내고 있었다.
앤트그룹 상장에 대해선 ‘인류 최대 규모의 상장’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때문에 마윈이 아시아 최고 부자에 다시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었다. 마윈의 재산은 주가 상승으로 한때 617억 달러(67조1604억원)까지 불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24일 상하이 와이탄 금융서밋에서 마윈이 중국의 금융 시스템 문제를 기능의 부재라고 지적하고 대형 국유 은행이 ‘전당포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하는 등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당시 회의에는 왕치산 국가 부주석, 이강 인민은행장 등도 참석하고 있었다.
이 같은 마윈의 규제 완화 주장은 중국 정부의 ‘규제 폭탄’으로 돌아왔다.
마윈은 곧바로 인민은행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 4개 기관으로부터 소환돼 질책당했다. 이후 지난달 5일에는 앤트그룹 상장 절차가 중단됐다.
또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 14일 알리바바에 대해 반독점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달 26일에는 “법률 준수 의식이 희박하다”며 앤트그룹 경영진을 질타하면서 앤트그룹의 사업 범위를 수익성이 낮은 전자결제 중심으로 제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앤트그룹이 해체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