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구하려 맨몸으로 불길과 사투한 美노숙자

입력 2020-12-30 12:13
워커 씨와 그가 구조해낸 유기견. 'Boredpanda' 캡처.

미국에서 한 노숙자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유기견과 유기묘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화마에 뛰어들었다. 덕분에 보호소 유기동물들은 모두 목숨을 구했다.

29일 온라인 매거진 보어드판다(boredpanda)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더블유언더독스(W-Underdogs) 동물보호소에 화재가 발생했다. 부엌에서 시작된 불은 건물 전체를 집어삼켰다. 불길이 커지기 전 직원들은 모두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미처 데리고 나오지 못한 동물 10여 마리가 건물 안에 남아 있었다.

사고 당시 현장 사진. 'Boredpanda' 캡처.

번지는 불길에 소방관들도 주춤하던 그때, 한 남성이 인파를 제치고 맨몸으로 건물 안에 뛰어들었다. 그는 다름 아닌 53살의 노숙자 키스 워커(Keith Walker) 씨였다. 워커 씨는 불길에 뛰어든 다음 실내에 있던 개 6마리, 고양이 10마리를 전부 건물 밖으로 구조해냈다.

알고 보니 13살 때부터 길거리에서 생활해온 워커 씨는 이 동물 보호소와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워커 씨에게는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브라보라는 반려견이 있었다. 워커 씨는 자신은 밖에서 자더라도 브라보는 따뜻한 곳에서 쉬기를 바라는 마음에 종종 보호소에 브라보를 맡겼다고 전했다.

동물보호소 페이스북에 올라온 워커 씨(오른쪽)와 그의 반려견 브라보.

이후 워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연기가 솟구치는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정말 두려웠다”며 “그러나 내 강아지 브라보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다. 브라보가 없었다면 나도 여기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모든 개들도 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동물보호소에서 보호중인 유기견들.

보호소 설립자인 그레이시 함린(Gracie Hamlin)은 워커 씨를 ‘수호천사’라고 부르며 “소방관들도 화재 속에서 개들을 구하는 것을 어려워 했다. 그 불길 속에서 동물들을 전부 구해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그는 나의 영웅이다”라며 감사를 전했다.

워커 씨의 영웅 같은 사연이 알려진 이후 동물보호소 측은 워커 씨에게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모금을 진행했다. 사연에 감동한 누리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불과 하루 만에 2만6000달러(약 2800만원)가 모금됐다.

송다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