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피해보상금 꿀꺽…개인펀드 투자한 아파트 비대위

입력 2020-12-30 11:55 수정 2020-12-30 12:56

소음, 진동 피해로 합의한 5억원 상당의 환경 보상금을 횡령한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간부들이 징역형을 받았다. 이들은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개인 펀드 투자에 쓰기까지 했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양민호)는 터널 접속도로 공사로 인한 환경 피해 보상금을 가로챈 부산 한 아파트 비대위 부위원장 등 2명에게 각각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위원장은 징역 1년6개월, 다른 관계자 2명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들의 범행은 아파트 인근에 산성터널 접속도로 공사가 시작된 2012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입주민들은 공사가 본격화되자 소음, 진동 피해에 맞서려 비대위를 발족했다. 2년여 후 피해가 심해지자 공사를 맡은 건설사는 입주민에게 환경 분쟁조정금 명목으로 5억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입주민들은 합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알지 못했다. 비대위 간부들이 입주민에게 관련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다. 이들은 2017년 7월까지 합의금의 대부분을 임의지출했다. 심지어 일부는 개인 펀드에 가입하거나 사업자금을 마련하는 데 보상금을 쓰기까지 했다.

재판부는 “횡령 금액이 5억원에 이르는 점, 범행이 발각되지 않도록 수년간 일부 공동 피고인들에게조차 거짓말을 하고 범행이 발각될 위기에 처하자 허위 합의서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등 치밀한 방법을 사용해 그 손해가 다수의 입주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점 등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특히 부위원장 등은 합의금을 지급받은 뒤 이를 개인적인 용도에 쓰는 등 이 사건 범행을 주도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판결했다”고 밝혔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