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투사 접종 보류시킨 정부, 모순적” 현역 카투사 청원

입력 2020-12-30 10:42 수정 2020-12-30 10:51
29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내 브라이언 올굿 병원에서 주한미군 장병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주한미군은 이날부터 의료진 등 필수인력에 대해 글로벌제약사 모더나에서 생산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연합뉴스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도 모더나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현역 카투사(KATUSA·미군에 배속된 한국군)의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앞서 주한미군이 우리 정부의 요청으로 1차 접종 대상에서 카투사·한국인 의료진 등을 제외했는데, 이 요청을 철회해 달라는 내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30일 ‘주한미군 소속 카투사 및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모더나 백신 접종’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현역 카투사라고 소개한 청원자는 “최근 평택 주한미군 기지 내에서는 주한미군의 필수 접종 인력을 대상으로 한 모더나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주한미군 측에 카투사를 비롯한 한국인 직원들에 대한 백신 접종을 보류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유는 아직 모더나 백신이 우리나라 식약청의 승인을 정식으로 획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이대로면 주한미군 기지 내의 모든 미군은 본인 선택에 따라 백신 접종을 받겠지만 카투사 및 한국인 직원들은 그럴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군을 위한 미 국방부의 코로나19 백신이 28일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 관계자들이 검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정부가 모더나 백신 공급계약 체결에 나섰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모더나 백신에 대한 검증을 완료해 신속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인데 정부의 행보가 굉장히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카투사 장병들과 미군기지 내 한국인 직원분을 대표해 강력히 요구한다”며 “주한미군 측 뜻에 따라 카투사 및 한국인 근로자의 백신 접종을 하루빨리 허가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주한미군은 전날부터 평택·오산·군산기지에서 필수인력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백신은 지난 25일 항공편으로 국내에 반입한 모더나 제품으로, 500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1000회 분량 안팎으로 알려졌다. 모더나는 4주 간격으로 2차례 접종한다.

다만 주한미군은 애초 접종 대상에 포함했던 카투사와 한국인 의료진 등에 대한 백신 접종을 우리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일단 보류했다. 국방부 측은 “주한미군의 공식 협의 요청이 있었고 세부적인 사안은 현재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따라서 조만간 접종 일정과 대상, 순서, 방식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