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부터 애국가에 나오는 ‘남산위 저 소나무’를 직접 찾아 감상하고, 명동에서 남산공원과 남산한옥마을까지 걸어서 산책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남산 예장자락 상부를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는 2만2833㎡ 규모의 녹지공원으로 조성해 새해 첫날부터 시민들에게 개방한다고 30일 밝혔다. 녹지공원은 지하철 4호선 명동역(1‧10번 출구)과 인접해 있다.
남산 예장자락은 조선시대 군사들의 무예훈련장(예장)이 있던 곳이지만 일제강점기에 조선통감부, 조선신궁 등이 들어서며 옛 모습을 잃은 채 한 세기가 넘도록 고립돼 왔다. 이에 서울시는 2015년부터 남산 예장자락에 대한 원형 복원과 도심공원 종합재생사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해왔다. 시는 남산의 고유 수종인 소나무 외 18종의 교목 1642주, 사철나무 외 31종의 관목 6만2033주 등 다양한 나무를 심었다. 녹지공원 진입광장(광장입구) 부근엔 녹지공간을 추가로 확보해 ‘예장숲’을 조성했다. 특히 숲에 식재된 소나무 중 한 그루는 독립운동가가 나라를 찾으려는 간절함으로 불렀던 애국가(2절)의 ‘남산 위의 저 소나무’로 명명해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고자 했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는 지난 세월 고난을 이긴 우리 민족의 모습을 형상화한 곡선이 있는 소나무로, 남산 예장자락 대표 소나무다. 3개 후보목에 대한 현장 확인을 거쳐 전북 고창에 있는 소나무를 이식했다.
공원 위쪽엔 과거 그 장소에서 있었던 우리의 아픈 역사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의미로 옛 중앙정보부의 지하고문실을 재현한 빨간 우체통 모양의 ‘메모리얼 광장’이 조성됐다. 광장 지하엔 군사독재 시절 고문으로 악명 높은 옛 중앙정보부의 지하 고문실을 재현했고, 지상은 전시실로 운영한다. 광장 앞엔 발굴 과정에서 발견된 조선총독부 관사 터의 기초 일부분을 그대로 보존한 ‘유구터’도 만나볼 수 있다.
공원 중앙엔 보행교가 신설됐다. 보행교를 따라 명동에서 남산공원, 한옥마을까지 걸을 수 있게 됐다. 기존에 차량전용으로 이용했던 남산 1호터널 입구 차량전용 지하차도는 ‘보행전용터널’로 재생돼 신설 보행교와는 또 다른 길로 녹지공원을 걸을 수 있다. 아울러 공원 한편엔 인공 실개천을 조성, 샛자락쉼터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을 맞이한다.
녹지공원 하부엔 그동안 명동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불편과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한 버스주차장(총 41면, 1만6992㎡)이 조성돼 내년 3월부터 운영하며, 친환경 ‘서울 녹색순환버스’의 주차장‧환승장으로도 이용된다. 환승장 일부 공간엔 전 재산을 들여 신흥무관학교를 설립, 평생 조국의 독립에 헌신하신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기념관이 들어서며 내년 5월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류 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종합재생된 녹지공원 개방을 시작으로 공원하부 주차장,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까지 내년이면 5년여에 걸친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이 마무리된다”며 “쉼과 역사가 함께하는 서울의 새로운 명소가 되고 명동, 한옥마을, 애니메이션센터 등 주요시설을 연결하는 남산의 허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