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박원순 변사 내사종결… 성추행·추행방조는 불기소

입력 2020-12-29 17:12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둘러싸고 대대적으로 진행돼온 경찰 수사가 초라한 성적표를 내고 5개월여 만에 마무리됐다. 핵심 쟁점이었던 박 전 시장의 성추행과 측근들의 방조 의혹에 대한 실체는 밝혀지지 않은 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어가게 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9일 박 전 시장의 강제추행, 성폭력처벌법위반 혐의로 지난 7월 접수된 고소 사건을 피고소인의 사망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송치한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 변사 사건은 범죄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해 내사종결 처리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진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로 가장 중요한 것은 피의자의 진술인데 사망으로 인해 사실관계 확인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 등이 참여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수사도 진행했지만 범죄 관련성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서울시 부시장과 전·현직 비서실장 등 7명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방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혐의없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시 비서실 직원을 포함한 참고인 26명과 피고발인 5명이 경찰 조사에 임했다. 하지만 변사 사건 외 성추행 관련 증거 확보를 위한 취지로 신청한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압수영장이 기각되면서 진실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이뤄지던 2차 가해 수사와 관련해서는 온라인에 악성 댓글을 작성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를 받는 4명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현역 군인 신분인 2명은 군부대로 이송됐고 1명은 기소중지 의견으로 수사가 마무리됐다.

경찰은 제3의 인물 사진을 피해자라고 지목하며 온라인에 무단 게시한 6명에 대해서는 기소 의견으로, 6명은 해외체류·인적사항 미상 등의 이유로 기소중지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피해자의 고소장’이라는 문건을 유포하는 데 가담한 5명에게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은 유튜브 채널인 ‘가로세로연구소’가 박 전 시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고발 사건의 경우 고소권자인 유족의 고소 의사가 없어 각하 의견으로 수사를 마치기로 했다. 다만 피해자 실명을 온라인에 공개한 혐의를 받는 1명에 대해서는 현재 입건 조사 중에 있다고 부연했다.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피해자와 참고인들의 진술과 자료를 토대로 경찰이 추행 사실관계를 밝혀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도 피고소인이 사망했다는 이유로 규명된 사실관계조차 언급하지 않아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박 전 시장 사건을 직권조사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인권위는 이날 소위원회인 차별시정위원회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과 측근의 묵인·방조 혐의 등에 관한 직권조사 사건을 안건으로 상정해 심의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