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수건 흔들며 “살려주세요” 동부구치소 상황

입력 2020-12-29 16:38
연합뉴스

서울동부구치소 내 코로나19 집단감염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29일 첫 사망 사례까지 보고되자 확진 수용자들은 “살려달라”는 손편지를 내보이는 등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 외벽에는 수용자들의 다급한 손짓이 포착됐다. 수건과 휴지를 창문 밖으로 내밀어 흔드는가 하면 손으로 커다란 ‘X자’를 그리는 모습도 보였다. 한 수용자는 A4용지에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였는데, 거기에는 “살려주세요. 질병관리본부 지시. 확진자 8명 수용” “확진자 한방에 8명씩 수용. 서신(편지) 외부 발송 금지”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확진자 과밀 수용 등을 문제 삼으며 도움을 구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와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 A씨는 지난 27일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받던 중 숨졌다. 중증 혈액투석 환자였으며 구치소 내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지속하다 전수 조사를 통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지난 24일 형집행정지 결정으로 외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이날 기준 동부구치소 관련 누적 확진자는 762명이다. 단일 시설로는 최대 규모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27일 직원 1명이 처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지난 15일 직원 14명과 출소자 1명 등 총 15명이 집단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수 검사는 그로부터 사흘 뒤인 지난 18일에야 이뤄졌다. 직원 425명과 수용자 2419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 직원 2명과 수용자 185명의 양성을 확인했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수용자들이 취재진을 향해 휴지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취재진에게 수건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뉴시스

1차 전수조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을 상대로 지난 23일 2차 전수검사를 실시했고 이때도 총 300명의 추가 확진자를 발견했다. 이어 지난 27일 3차 전수검사에서 또 233명이 추가됐다. 관련 확진자가 계속해 늘자 검사 시기와 방법 등에 빈틈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용자들에게 마스크가 충분히 지급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다만 예산 문제상 수용자 전원에게 매일 마스크를 지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법무부 입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평균 교정시설 수용자 5만4000여명과 교정공무원 1만6000여명에게 매일 마스크 1장을 지급할 경우 하루에 최소 5000만원에서 최대 9000만원 이상 든다. 또 동부구치소는 정원 대비 수용률이 116.6%(수용 정원 2070명·현 인원 2413명)로 과밀 상태여서 확진자와 접촉자를 그룹별로만 분리한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법무부는 수용자 긴급 이송 등을 통해 충분한 분리 공간을 확보 중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