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구치소 첫 사망… 수용자 “확진자 8명이 한방에”

입력 2020-12-29 15:59 수정 2020-12-29 16:11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233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761명으로 집계된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자필로 쓴 글을 취재진에게 보이고 있다. 종이에는 '확진자 한 방에 8명씩 수용, 서신(편지) 외부발송 금지'라고 적혀있다. 뉴시스

29일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 1명이 사망했다. 이에 구치소 내 수용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법무부와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A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지난 27일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A씨는 중증 혈액투석 환자로, 구치소 내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지속하다가 전수 조사를 통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 뒤 지난 24일 형집행정지 결정으로 외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 숨졌다. 질병관리청은 A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현재 동부구치소 관련 누적 확진자는 762명으로 늘었다. 동부구치소에서는 지난달 27일 직원 1명이 처음으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이달 15일 직원 14명과 출소자 1명 등 총 15명이 집단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동부구치소는 그로부터 사흘 뒤인 18일에야 직원 425명과 수용자 2419명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벌였고 이를 통해 직원 2명과 수용자 185명의 확진자를 찾아냈다.

1차 전수조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직원과 수용자를 상대로 23일 2차 전수검사를 한 결과 직원 2명과 수용자 298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어 지난 27일 2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다시 3차 전수검사를 벌였고 그 결과 233명이 추가 확진된 사실이 드러났다.

법무부는 확진 판정이 나온 수용자들을 분리한 뒤 해당 수용동을 폐쇄하고 방역 조치를 했다. 접견·교화행사와 이송 등을 전면 중지하고 의료 인력과 마스크, 레벨D 보호복 등 방역물품을 추가로 지원했다. 지난 28일엔 확진자 345명을 경북북부2교도소(청송교도소)로 이송하기도 했다.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233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761명으로 집계된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자필로 쓴 글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종이에는 '살려주세요 질병관리본부 지시 확진자 8명 수용'이라고 적혀있다. 뉴시스

하지만 법무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동부구치소 내 수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동부구치소 내 한 수용자는 이날 ‘확진자 한 방에 8명씩 수용. 서신 외부 발송 금지’라고 쓴 종이를 창문 밖 취재진에게 내보이기도 했다.

이에 법무부는 “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 발생과 관련해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역학적으로 매일 전수검사를 할 필요는 없고 3∼4일 간격으로 검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방역 당국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전수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수조사를 지난 18일에야 처음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구치소에서 전수검사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했지만, 서울시와 송파구에서 향후 추이에 따라 결정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마스크 미지급’ 의혹에 대해선 “확진자 발생 기관은 전 수용자에게 KF94 마스크를 지급하고 나머지 미발생 기관은 출정, 외진 등 수용자가 외부로 나갈 때 KF94 마스크를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또 법무부는 “지난달 30일부터 방역강화 조치를 위해 모든 신입 수용자에게 KF80 이상의 마스크를 지급하고, 일반 수용자들에게도 KF80 이상 마스크 구매를 허용했다”면서 “예산상 문제로 전 수용자에 대한 지급이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도 했다.

접촉자를 분리하지 않아 사태가 커졌다는 지적엔 “지난 7일 기준 수용정원 대비 수용율은 116.6%로 과밀수용인 상태”라며 “확진자와 접촉자, 비접촉자를 분리수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용공간이 필요하나, 동부구치소는 과밀수용으로 인해 확진자와 접촉자를 그룹별로만 분리한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긴급이송 등을 통해 충분한 분리공간을 확보하고 있다”며 “무증상자에 의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급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교정시설 내 감염증의 유입 및 확산 차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