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팀 소속 고(故) 최숙현 선수의 동료가 폭로 이후 공황장애로 선수생활을 그만뒀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선수들에게는 팀이 공중분해되는 등의 불이익이 있었다”며 “침묵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최 선수의 동료 A씨는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직 공황장애로 치료받고 있다”고 말한 뒤 팀 상황과 관련해 “새로운 감독이 부임했는데 남자팀은 그대로 가지만 여자팀은 없어졌다”고 했다.
이어 “아예 그만둔 선수도 있고 다른 팀을 찾아봤지만 그 사건과 연루됐다는 이유로 계약을 못한 선수도 있다”면서 “피해를 증언했던 23명 중 현역으로 살아 남은 선수는 1명뿐”이라고 덧붙였다.
경주시청 철인3종팀 소속 김규봉 감독, 선수인 장모씨와 김모씨, 팀닥터로 불린 운동처방사 안모씨는 팀 선수들을 상습 폭행하거나 다른 선수들이 폭행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9년, 5년, 8개월, 10년을 구형했다.
A씨는 “(가해자들이) 검찰 구형 당시 법정에서는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후에는 아니었다”면서 “김 감독의 아내와 장 선수의 부모 등이 전화해 합의를 시도했다”고 했다.
또 “장 선수 부모가 제 부모님에게 전화로 만나자고 해서 부모님이 거절했더니 ‘착한 분인 줄 알았는데 잘못 알았다’고 말했다더라. 적반하장이었다”며 “다른 선수의 경우 ‘합의 안 해줄 거냐. 돈이 목적이냐’라는 쪽지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들은 ‘벌 받고 나와서 보자’는 생각인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숙현방지법’에 대해서는 “보여주기식 같다”고 비판했다. A씨는 “운동 바닥, 특히 트라이애슬론은 너무 좁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잠잠해지면 이런 경우가 계속 있을 것”이라며 “이 사건만 봐도 피해자들이 용기 내서 증언했지만 돌아오는 건 계약을 못하는 식의 상황인데 누가 얘기를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A씨는 최 선수 유족의 근황도 전했다. 그는 “최 선수 부모님을 자주 뵙는데 너무 힘들어하시는 게 보이니까 안쓰럽다”며 “얼마 전에도 집에 다녀왔는데 숙현이 메달 장식장을 따로 해놓으셨더라. 그 마음이 느껴져서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 선수는 지난 6월 26일 오전 부산에 있는 숙소에서 23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회식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어치의 빵을 강제로 먹는 등 심각한 폭행과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한다. 최 선수는 극단적 선택 전 어머니에게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