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라디오를 듣는데 누군가의 상기된 목소리가 귀를 기울이게 했습니다. 광주광역시에서 양초 제작·납품업을 하고 있다는 홍영수씨였는데요.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엄청난 이야기’를 청취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어 직접 제보에 출연까지 했다고 합니다. 2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를 통해 전해진 그 사연은 이랬습니다.
홍씨는 ‘컵초’ 제작자입니다. 보통 성당에서 기도할 때 쓰는, 유리컵 안에 들어 있는 초를 만들고 파는 일을 합니다. 그런 그에게 코로나19 사태는 절망과도 같았습니다. 상반기부터 성당 미사가 전격 중단됐고 모임조차 힘들어져서 촛불을 밝히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죠. 매출 역시 절반쯤 줄어든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지난 22일 가게 임대인에게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11년간 장사를 해왔지만 임대인의 연락을 받은 건 처음이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얼른 통화 버튼을 눌렀더니 “코로나 때문에 힘드시죠” 하고 말문을 열더랍니다. “요새 소상공인들 힘들다고 하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좋겠어요. 1년 임대료 절반을 돌려드리려고요. 계좌번호 좀 불러주세요.”
홍씨는 계좌번호를 불러주면서도 ‘설마’ 하는 마음이었다고 합니다. “사업 번창하셨으면 좋겠네요.” 임대인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는 순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저 두세 달치 정도겠지, 절반을? 말도 안 돼! 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곧바로 이체를 알리는 문자가 도착했고 그 안에 적힌 숫자를 보고는 깜짝 놀라 말을 잊지 못했습니다. 임대인은 정말 1년 임대료의 50%를 홍씨에게 돌려보냈던 겁니다.
이 임대인은 홍씨가 머문 11년 동안 단 한 번도 임대료를 올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덕분에 홍씨는 주변 사람들이 임대료 상승에 휘청일 때도 걱정 없이 장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요. 이미 고마운 일이 많은데 또 커다란 선물을 받았다며 그는 연신 감격스러워했습니다.
그날 홍씨가 느낀 감동은 라디오 전파를 타고 고스란히 전달됐습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을 나누려는 듯 홍씨는 이런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이 좋은 마음을 나만 누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금액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자는 이야기를 아내와 했고요. 어려운 사람을 돕는 사회단체에 기부할 계획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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