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코로나19 한발 물러설 것이라 확신”

입력 2020-12-29 11:24
봉준호 감독.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이 “코로나19가 곧 한발 물러설 것이라 확신한다”는 낙관론을 전했다.

영화 ‘기생충’으로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올 2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거머쥔 봉 감독은 27일(현지시간) 스페인 일간 엘문도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말하지만, 그것은 과장이다. 친구들에게 나는 항상 똑같은 말을 한다. 코로나19는 사라지고 영화는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화상으로 진행한 이날 인터뷰에서 봉 감독은 한국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한 영화 ‘살인의 추억’(2003)과 관련된 이야기도 나눴다. 소재로 삼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실제 특정됐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봉 감독은 “신문에서 그의 얼굴을 접했을 때 너무나도 이상했다”고 털어놨다. 1986∼1991년 경기 화성 일대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봉 감독은 형사, 기자, 피해자 가족들 등 사건과 연관된 모든 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정작 가장 묻고 싶은 게 많은 범인만을 유일하게 인터뷰하지 못했었다.

희극과 비극이 공존하는 작품 세계를 두고 실제 성격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봉 감독은 실제 성격은 어떻냐는 물음에 “수줍음이 많고 우유부단하다”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데 내가 가진 이런 영구적인 난제가 내 영화 속에도 투영되는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밤늦은 시간까지 글을 쓰다 보면 등이 아파지는데 그 고통이 사라지지 않을 때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다만 “집에서 영화를 보고 특히 같이 작업한 모든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엔딩크레딧을 볼 때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올 한해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장면으로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를 꼽았다. 봉 감독은 “‘자연이 인류에게 복수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불꽃이 모든 것을 삼키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 두려움에 빠진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