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000명 안팎… 英코로나 변이까지 유입 ‘설상가상’

입력 2020-12-29 06:03 수정 2020-12-29 09:54
광주시청 광장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전화번호만 적는 간단한 방법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영국에서 급속도로 유행 중인 변이 바이러스까지 국내에 유입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2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808명이다. 성탄절 연휴 기간인 지난 25~26일 각각 1241명, 1132명을 나타내며 국내 코로나19 사태 이후 1·2위를 기록했으나 27일(970명) 1000명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이틀 연속 세 자릿수를 유지했다.

그러나 확산세가 누그러졌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보통 주말이나 휴일에는 검사 건수가 줄어들면서 확진자 수도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지난 25~27일 검사 건수 역시 3만~3만6000여건에 그쳐 직전 평일의 평균 5만여건보다 크게 적었다.

실제 이날 0시 기준으로 발표될 신규 확진자 수는 다시 1000명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역당국과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가 전날 오후 9시30분까지 집계한 신규 확진자 수는 931명이다. 여기에는 법무부 동부구치소 추가 확진자 233명도 포함돼 있다.

감염경로 불명 비율이 높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이달 15일부터 28일까지 최근 2주간 새로 확진된 1만4199명 가운데 감염경로를 조사 중인 사례는 4066명(28.6%)에 이른다. 10명 중 3명 가까이 감염경로를 모른다는 의미다.

신규 확진자 가운데 자가격리 상태에서 확진된 비율을 뜻하는 ‘방역망 내 관리 분율’ 또한 11월 말부터 주별로 43.6%→38.0%→32.8%→31.2% 등 연일 하락하는 추세다. 그만큼 당국의 방역관리망을 벗어난 확진자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광주시청 광장에서 임시 선별진료소가 운영을 시작해 시민들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줄을 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은 이런 현 상황에 대해 ‘아직 감염 위험도가 높은 상태’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 확진자 1명이 주변의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전파력, 즉 ‘감염 재생산지수’는 최근 1주일(12.20∼26)을 기준으로 1.11까지 내려왔으나 아직 1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감염 재생산지수가 1을 초과하면 ‘유행 지속’, 1 미만이면 ‘확산 억제’ 단계로 간주된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주간 단위의 환자 수 증가를 보면 최근 몇 주간은 30%대 증가율을 보였으나 지난주는 7%대로 약간 둔화한 상태”라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지역사회 감염 위험도는 높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까지 등장해 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방대본에 따르면 이달 22일 영국 런던에서 거주하다 국내로 입국한 일가족 4명 가운데 3명의 검체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방대본은 이들 가족이 입국 당시 양성이었던 만큼 기내 전파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동승자 등 접촉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시 같은 항공편에 승객 62명과 승무원 12명이 타고 있었는데 일단 승무원은 전원 음성 판정이 나왔다.

특히 이 일가족과 별개로 지난달 8일과 이달 13일 영국에서 입국한 경기도 고양시의 다른 일가족 4명도 확진 판정을 받아 현재 변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에 대한 정밀 검사가 진행 중이다. 이들 중 80대 1명이 26일 사후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어 가족 3명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 가족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지역사회 감염 우려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들 중 먼저 입국한 한 명은 자가격리 해제 후 확진 판정을 받아 지역사회 접촉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가 향후 유행 흐름을 좌우할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역당국은 일단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최대한 막겠다는 방침이지만 영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확산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어 유입 차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