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공급 함정에 빠진 디스플레이 업계가 ‘체질 개선’이라는 자구책을 내놨다.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LG디스플레이도 액정표시장치(LCD) 비중을 대폭 줄인다. 정부 지원을 토대로 신속히 사업을 재편해 ‘차세대 OLED’에 화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동차 부품 업계의 변화도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내연 기관 대신 미래차 부품을 만들겠다며 정부의 사업재편심사를 받는 곳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업재편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23개사의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승인 기업 모두 기존 사업 영역을 축소하고 신산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서를 들고 나왔다. 이 과정에서 정부 지원을 받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사업재편계획 승인을 받으면 기업활력촉진법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등의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세제 혜택 및 정부 연구개발(R&D) 사업 가점과 같은 인센티브도 부여된다.
이번 승인 기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LG디스플레이다. 주력 제품인 LCD·OLED 대신 차세대 OLED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고화질을 유지하면서 구부리거나 접을 수도 있는 새로운 OLED 제품 개발·양산을 목표로 삼았다. 중국의 추격으로 포화한 기존 시장 대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9월 사업재편계획을 승인받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나선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자동차 부품 업계의 ‘탈(脫) 내연 기관’ 움직임이 뚜렷해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중견기업 9곳을 포함해 10곳의 자동차 부품 기업들이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받았다. 지난 9월 사업재편 계획 승인 당시 6곳이었던 것과 비교해 규모가 늘었다. 모두 경유·휘발유차 부품 대신 수소·전기·자율주행차의 부품을 만들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
산업부는 이번 승인이 기업의 체질 개선과 신규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23곳에서 향후 5년간 3조1000억원을 투입해 2100여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