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을 취재해 실상을 알린 시민기자가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상하이 푸둥신구 인민법원은 28일 공중소란 혐의로 기소된 시민기자 장잔에게 이같이 선고했다고 홍콩자유언론이 보도했다. 전직 변호사인 장잔은 지난 2월 우한 지역을 취재해 당국이 전염병과 관련된 충분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산소마스크를 쓴 환자들이 병원 복도에 줄지어 모습과 사람들로 가득 찬 화장장 등을 찍은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장잔과 함께 우한 지역의 코로나19 상황을 취재한 시민기자들이 구금됐거나 실종된 상황에서 관련 판결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장잔의 변호인은 기자들에게 “장잔은 징역형이 선고됐을 때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며 “그녀의 어머니도 흐느껴 울었다”고 말했다. 또 “장잔은 중형이 선고되면 끝까지 단식투쟁을 벌이겠다고 했었다”며 “그는 자신이 감옥에서 죽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장잔은 지난 5월쯤 더는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다. 이후 중국 당국은 장잔이 가짜뉴스를 유포한 혐의로 구류됐다고 밝혔다. 장잔의 변호인은 이달 초 미 CBS뉴스에 구금 중이던 장잔이 단식투쟁을 시작하자 당국이 위까지 관을 삽입해 강제로 음식을 먹였다고 폭로했다.
장잔의 재판은 공교롭게도 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하기 위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전문가그룹이 중국에 도착하기 몇 주 전에 이뤄졌다. 중국인권옹호 NGO의 레오란 연구원은 “중국 당국은 장잔의 케이스를 올해 초 우한 상황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체제 인사들을 겁박하는 데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휴먼라이츠워치도 중국에 억류 중인 기자들을 모두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홍콩자유언론에 따르면 중국은 장잔을 포함해 우한 실상을 보도한 시민기자 4명을 구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