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에 흩어져 있던 공급망을 마비시켰다. 국경 폐쇄와 이동 제한은 운송을 방해했고, 소비자에게 제품을 공급하는 일을 어렵게 만들었다. 기업들이 공급망 변화를 생각하게 된 이유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주요 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역화(regionalization)와 리쇼어링(제조업 생산기지의 본국 회귀·reshoring)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지금 많은 기업들은 비록 비용이 증가할지라도 제품 부족과 운송 지연을 피하기 위해 기존의 모델을 바꾸려 하고 있다”면서 “저비용 국가에 지었던 생산공장을 다시 본국으로 가져오려고 하기도 하고, 거점 공장 몇 곳을 두는 데신 작은 공장을 많은 곳에 두려고도 한다”고 전했다.
지역화는 세계의 여러 지역에 공장을 세운 뒤 각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시장의 고객에게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렇게 되면 공장 한 곳이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더라도 다른 지역의 고객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다.
리쇼어링의 경우 비용 문제와 직결된다. 많은 제조기업들이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 생산공장을 짓는 방식으로 비용절감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팬데믹과 더불어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지나치게 많은 생산공장을 짓는 방식에 대해 기업들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다만 비용 때문에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공급망 변화를 주저하고 있다.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많은 비용을 수반하고, 저비용 국가에서 생산을 계속하는 것의 이점이 여전히 크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팬데믹 초기의 혼란이 진정되고 세계 무역이 점차 반등하고 있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WSJ는 “기업 고위층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이들이 변화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으며 일부는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변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기업들이 더 비싼 곳에서 물건을 구입하기 때문에 소비재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 출신의 숀 로치 S&P 글로벌 레이팅 아시아태평양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급망 다양화를 선택한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가중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