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승리냐’ ‘볼모정당이냐’…야권단일화 둘러싼 고차방정식

입력 2020-12-28 17:13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야권 단일화를 놓고 국민의힘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여하는 ‘통합경선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외부 인사에게 힘을 실어주는 경선 룰로 갈 경우 당 쇄신과 당내 후보 배출을 통한 자력 우승이 아니기에 ‘볼모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당원 투표 20%, 일반 시민 여론조사 80%로 짜인 현재의 본경선 룰을 100% 여론조사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높아지고 있다. 중진인 하태경 의원이 “당 밖 인사들과 열린 통합경선을 위해 100% 시민경선을 하자”고 불을 지폈고 장제원 의원도 “당 밖 인사에게 국민의힘 당원투표 20%를 반영하겠다는 게 어떻게 공정한 경선인가”라며 경선 룰 재검토를 요구했다.

당 지도부는 당원 반발을 의식해 100% 여론조사를 섣불리 제안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당 밖 인사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입장도 유지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4·7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은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30일 첫 회의를 열고 경선준비위원회의 보고를 들어봐야 한다”며 “안 대표와 금 전 의원 등이 유연하게 생각해 한 식구가 돼 함께 대여 투쟁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외부 인사를 당내로 들여와 경선을 치름으로써 불모 정당 또는 ‘들러리 정당’이라는 비판을 씻어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당 밖 인사의 지지율이 될 전망이다. 한 경선준비위원은 “고생해서 올라간 우리 당 후보가 단 한 번의 경선 패배로 낙마하는 모습은 페넌트레이스 1등을 차지하고 5등에게 왕관을 빼앗길 수 있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의 모습과 같다”며 “이 같은 당내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서라도 당 밖 인사의 지지도가 ‘더블스코어’와 같이 압도적으로 높아야 그들에게 유리한 경선 룰도 명분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시장에 당선돼도 정치 보복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9년 시정에 대해선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놓고 책임을 물어야 할 무의미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울미래비전위원회’를 설치해 서울시정 9년을 결산하고 미래 비전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국민의힘 내 의견이 수렴될 때 안 대표도 경선 룰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