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추천위원 퇴장 속 “공수처장 후보, 원천무효” 반발

입력 2020-12-28 17:00
한석훈(오른쪽)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헌 변호사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회의장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추천위원회가 28일 6차 회의에서 공수처장 후보자를 결국 의결하자 야당과 야당 측 추천위원들은 강력 반발했다. 의결 강행에 유감을 표명한 야당 측 추천위원들은 공수처장 후보자 의결 전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야당 측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표결을 위한 심사를 위해 몇 가지를 확인하겠다고 했지만 (다른 추천위원들이) ‘오늘은 그냥 표결만 하겠으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며 “추천위원 고유 권한인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권, 심사권 내지 의결권도 인정하지 않는 형식이라 나와 버렸다”고 회의장 퇴장 배경을 밝혔다.

야당 몫 추천위원이던 임정혁 변호사 사퇴 이후 새롭게 선임된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처음 추천위 회의에 참석했으나 후보 추천도 못한 채 회의장을 떠났다. 한 교수는 “노무현정부 당시 공수처법은 수사권만 있었지만 지금은 수사권에 기소권, 종결권까지 갖고 있다”며 “정치적 중립을 어떻게 지키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현재 제출된 후보들만으로는 그런 중요한 자리를 맡을 분이 보이지 않아서 제가 새로운 분을 추천해야겠다고 제안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천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회의에서 위원 전원의 동의로 후보자 추가 추천은 지난 23일까지 허용하고, 더 이상의 후보자 추천 없이 기왕의 심사대상자와 제출된 자료에 근거하여 최종후보자를 선정하기로 의결했다”고 야당 측 추천위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회의장 입구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공수처장 추천위 회의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유상범 의원 등 10여명은 회의 시작 전 ‘묻지마 공수처는 권력의 사냥개’ ‘친문독재 공수처 OUT’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유 의원은 회의장으로 향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마지막에 의미 있게 정리해 달라”고 말했다. 추 장관은 별다른 답변 없이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유 의원은 후보자 의결 직후 “야당의 비토권을 빼앗고, 새로 위촉된 야당 측 추천위원의 추천권을 박탈하고 일방적으로 의결했기에 원천무효”라며 “추천위 회의가 본질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