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숨긴 적 없다”던 정경심 주장, 법정구속 이유 됐다

입력 2020-12-28 16:57 수정 2020-12-28 17:13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사회적 지위를 고려하면 도주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법정구속됐다. 불구속 재판을 받을 경우 증거조작이나 사건 관계자에 대한 허위진술 종용 등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는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지난해 인사청문회 당일 정 교수의 ‘노트북 은닉 의혹’ 사건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 1심 판결문의 법정구속 사유에서 이 사건을 설명하는 데 절반을 할애했다. 정 교수는 재판에서 ‘노트북이 없었으므로 은닉한 사실도 없다’는 취지로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의 청문회가 열린 지난해 9월 6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 묵으면서 자산관리인 김경록씨에게 노트북 가방을 가져오게 했다. 김씨가 노트북 가방을 갖고 이동하는 장면은 호텔 CCTV에 포착됐다. 김씨를 통해 노트북 가방을 받은 건 정 교수 측도 인정한 사실이다.

문제는 정 교수 자택 압수수색에서 가방 속 노트북이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검찰은 정 교수가 노트북을 은닉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해 10월 24일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이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내세운 핵심 근거는 김씨의 진술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28일 “김씨가 검찰조사에서 ‘정 교수가 노트북 가방에 노트북이 들어 있으니 가져오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 측은 지난 8월 공판에서 “호텔에서 사용한 건 노트북이 아닌 태블릿이었다”는 새로운 주장을 제기했다. 영장실질심사 때는 없었던 얘기였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정 교수는 태블릿 PC를 노트북 가방에 넣어서 사용했다고 기억하는데 노트북이 확실하냐”고 김씨를 추궁했다.

김씨 진술은 흔들렸다. 그는 처음에는 “컴퓨터 사용은 기억하는데 태블릿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곧 “노트북인지 태블릿인지 확인을 못해서 단정적으로는 말씀 못 드린다”며 미묘하게 증언을 바꿨다. 다만 김씨는 정 교수가 호텔 객실 침대에서 무릎에 올려놓고 사용하는 것을 보고 노트북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지난해 영장심사 때 하지 않은 주장을 뒤늦게 꺼냈으므로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의 판단도 검찰과 같았다. 재판부는 김씨의 진술을 ‘정 교수가 호텔 객실에서 노트북을 검색하면서 조 전 장관과 전화 통화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 아울러 조 전 장관이 2016년 5월과 6월 ‘랩탑’을 찾아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정 교수가 ‘난 내꺼만 가지고 있어’라고 답장을 보낸 점 등을 근거로 정 교수가 노트북을 갖고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해 “검찰이 정 교수 자택에서 태블릿을 압수했지만 노트북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정 교수가 수사과정에서 노트북을 은닉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재판 확정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은 지켜져야 하고 피고인에게 방어권 보장 필요성이 있더라도, 증거인멸의 위험성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을 법정에서 구속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