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주포’ 손흥민(28)이 최근 6경기 1골로 부진하다. 시즌 초 잘 나가던 토트넘도 EPL에서 4경기 째 승리를 챙기지 못하며 선두 경쟁에서 이탈했다. 상대팀 전력에 상관없이 펼쳐지는 주제 무리뉴 감독의 ‘수비축구’ 전술이 비판 받는 가운데, 무리뉴 감독은 오히려 선수들의 야망 부족을 비판하고 나섰다.
토트넘은 28일(한국시간) 울버햄튼과의 20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1대 1로 비겼다.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 승리 이후 최근 4경기 연속 무승(2무 2패)에 빠진 것. 강팀을 상대로 승점을 모두 잃었을 뿐 아니라 중위권 팀에도 승점 1점 밖에 챙기지 못하며 선두 리버풀(승점 32)과의 승점차가 6점으로 벌어져 있다.
이날 울브스를 상대로 토트넘은 전반 이른 선제골 이후 이렇다 할 공격을 펼치지 못하고 두드려 맞았다. 슈팅(6-11)과 유효슈팅(3-6) 모두 울브스가 거의 더블스코어로 많았고, 점유율(45%-55%)과 패스 횟수(466-542), 패스성공률(78%-85%) 모두 토트넘이 열세였다. 주포인 손흥민의 슈팅이 단 한 개밖에 되지 않았을 정도로, 이날 토트넘의 콘셉트는 ‘내려서서 지키기’였다.
문제는 ‘수비’ 자체도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단 점이다. 토트넘은 13일 팰리스전에서도 전반 선제골을 넣은 뒤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준 채 소극적인 공격을 펼치다 후반 36분 동점골을 허용했다. 리버풀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후반 45분 역전골을 내줬다. 충분히 견고하지 못한 수비진으로 수비 중심적 플레이를 하며 상대에 기회를 헌납하다보니, 손흥민이 교체 아웃되는 후반 막판에 맞춰 자꾸 득점을 허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무리뉴 감독의 전술이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영국 이브닝스탠다드는 경기 뒤 “토트넘은 선수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전술을 펼치지 않는다”며 “무리뉴 전술이 우측면에서 손흥민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보도했다.
토트넘이 현재의 부진을 금방 타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재 상황이 스쿼드의 질과 무리뉴 전술의 한계가 동시에 노정된 결과여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시즌 초반 무리뉴의 전술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건 손흥민-케인 콤비가 역대급으로 잘했기 때문”이라며 “둘의 체력이 떨어지고 공격루트가 간파 당한 현재 토트넘엔 다른 득점루트도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상대가 바이에른 뮌헨 같은 강팀도 아니고 토트넘은 상대 강약에 상관없이 과도하게 소극적”이라며 “요새 EPL에선 중하위권 팀들도 상대에 한 방 먹일 수 있는 자원들을 보유하고 있기에 장시간 공격 기회를 주면 실점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첼시 시절 무리뉴 감독이 성공시대를 열 수 있었던 건 존 테리, 클로드 마켈렐레 등 견고한 수비진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르옌 로벤 등 측면 자원의 빠른 발과 프랭크 램파드가 불어 넣는 중원의 창의력까지 다양한 공격이 가능했다. 토트넘이 겨울 이적시장에서 후방 수비력과 중원의 창의력·빌드업 능력을 보강할 수 있는 자원들을 보강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현재 전술과 스쿼드에선 우승 도전이 힘들어 보이는 이유다.
무리뉴 감독은 자신의 전술을 탓하기 보단 선수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경기 뒤 “깊게 수비한 건 내 의도가 아니었다”며 “우리는 더 많은 걸 해내려는 야망과 열망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