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인데” 제주선 숙박 환불 분쟁 급증

입력 2020-12-28 16:33 수정 2020-12-28 17:59

“코로나 때문에 못 가는 건데 환불을 이거 밖에 안 해주나요?”

“업체마다 환불 기준이 다 다른 것도 화가 나요. 국가 재난 상황인데 강제적인 환불 규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국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1000명을 오가는 3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제주 여행을 계획했다 취소한 소비자와 도내 숙박업체간 분쟁이 크게 늘고 있다.

소비자들은 천재지변에 준하는 감염병 사태로 부득이 여행을 못 가게 됐는데 일부 숙박업체들이 자체 약관을 이유로 환불에 지나치게 인색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항의하고 있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감염병 발생시 숙박업소의 위약금 분쟁 해결 기준을 마련해 발표했지만 강제성이 없는 권고 사항일 뿐이다. 정부의 통일된 지침도 나오지 않고 있다.

관계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주에선 숙박 예약 취소를 놓고 위약금 분쟁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가운데 제주에서도 12월 이후 확진자가 기존 기간(11개월)의 4배 가까이 폭증하자 연말연시 제주 여행을 취소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실제 제주 입도객은 불과 12월 초까지 3~4만명을 유지하던 것이 최근 1만명대로 뚝 떨어졌다.

크리스마스 연휴(24~27일)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6만662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만4837명에 비해 62%나 감소했다.

연말연시 80~90%에 육박하던 도내 숙박업소 예약률은 30% 내외로 하락했고, 예약조차 힘들던 렌터카는 가동률이 4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두달전 예약도 어렵던 골프장은 당일 예약도 가능한 수준이 됐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모임과 이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제주 여행을 취소한 소비자와 숙박업소가 분쟁이 급증했다.

각종 온라인 카페는 물론 제주도청 홈페이지 관광불편민원접수 게시판과 제주도 소비생활센터 등에는 관련 민원이 계속 접수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감염병에 의한 사실상의 국가 재난 상황에서 여행 취소에 따른 위약금을 예약자에게만 전가하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입장이다.

막상 예약을 취소하려고 보니 업체마다 환불 규정이 다르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권고한 감염병 위약금 기준을 수용하지 않는 업체도 상당 수라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얌체 업체들이 이용 한 달 전 예약 취소에도 위약금을 물리는 등 과도하게 자체 약관을 적용하면서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불만에 기름을 붓고 있다.

최근에는 제주도가 5인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발표하면서 여행 인원이 5인을 넘어 숙박을 취소하려는 소비자들이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행정당국의 방역 조치 발표 이후 세심한 후속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결국 업체와 소비자가 모두 혼란을 겪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 같은 문제는 독채 펜션과 같은 농어촌민박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 호텔의 경우 약관 제정·운용시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을 따르는 경우가 많지만 업장 규모가 영세한 농어촌민박의 경우 업주의 판단에 따라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이들의 약관 운용을 강제한 근거도 없는 상태다.

농어촌민박 관련 법령인 농어촌정비법에는 요금과 관련해 업주의 자율권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감염병 발생시 단계별 환불 기준 역시 권고사항으로 강제성이 없다.

논란이 커지자 원희룡 제주지사도 이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원 지사는 지난 22일 코로나19 대책 회의에서 “중앙 정부의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에 따라 숙박업소에 예약 취소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 조치로 피해를 보는 부분은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중앙 차원의 통일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난 5월 연휴 이후 예약 취소에 따른 위약금 분쟁 민원이 계속해 들어오고 있다”며 “현재로선 뾰족한 강제 방안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