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실징후 기업의 수가 감소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위기를 넘겼을 뿐 기업들이 안고 있는 ‘부실 폭탄’은 여전한 상황이다.
28일 금융감독원은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 3508곳을 대상으로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한 결과 157곳(C등급 66곳, D등급 91곳)이 부실징후 기업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53곳 줄어든 수치다. 금감원은 매년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따라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을 걸러내는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한다.
이 가운데 금융권 신용공여액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은 4곳, 500억원 미만인 중소기업은 153곳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2017년부터 3년 연속 부실징후 기업이 증가했지만, 올해는 전년(201곳) 대비 감소했다.
금감원은 “코로나19 이후 금융권 유동성 지원으로 인한 연체율 하락, 회생 신청 기업 감소에 따라 신용평가 D등급 기업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자력으로 부실 가능성을 낮춘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관련 금융 지원책으로 연명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2월7일~12월4일) 중소기업, 소상공인, 개인 등에게 이뤄진 대출·만기연장·보증 등 금융지원 규모는 총 261조1000억에 달한다. 이 영향으로 기업들의 연체율은 지난 10월 기준 0.42%로 전년보다 0.18%포인트 하락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회생 신청 기업은 지난 1~11월 기준 809개로 전년 대비 111곳 감소했다.
문제는 금융지원이 끝나면 감춰졌던 부실 위험이 한꺼번에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내년 정부의 금융지원이 전면 종료될 경우 기업의 유동성 부족 규모는 4조원 이상으로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유동성 부족 규모는 1조4000억원 정도다. 한은은 기업의 연체율 역시 2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실징후 기업에 대한 금융권 신용공여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2조3000억원이고, 이 가운데 은행권이 1조8000억원으로 78.3%를 차지하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국내 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을 고려하면, 신용공여액이 은행 건전성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감원은 부실징후 기업에 대해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선 채권은행이 사후 관리를 강화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