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능선 넘은 현대重·대우조선 합병…내년 매머드 조선사 탄생하나

입력 2020-12-28 16:10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인수·합병(M&A)이 중국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무조건 승인’을 받으며 5부 능선을 넘었다. 이제 최종 결합까지 국내와 유럽연합(EU), 일본 등 세 당국의 결정만 남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최근 중국 경쟁 당국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 결합과 관련해 ‘무조건 승인’을 통보받았다고 28일 밝혔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통지서에서 “중국 반독점법 26조에 따른 검토 결과 우리는 두 기업 간 기업결합으로 인한 시장 경쟁 제한이 없음을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번 승인은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 지난 8월 싱가포르에 이어 세 번째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7월 중국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한 이후, 1~3차 심사를 거쳐 1년 5개월여 만에 무조건 승인을 끌어냈다. 업계에선 올해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등장한 데다 국내 조선업계의 최대 경쟁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우리나라를 견제해 기업결합 심사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시장 독과점 문제에 적극적으로 소명한 게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 한국조선해양이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할 당국은 우리나라와 EU, 일본이 남았다. 이중 업계의 관심은 EU의 승인 여부에 쏠린다. EU는 경쟁법이 가장 엄격하고 조선업계의 고객인 주요 선주들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애초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월 10일 기업결합 심사를 마무리할 방침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심사 인력 동원, 현장 조사 등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며 세 차례 일시 유예했다. 최종 결정일도 1월 10일에서 2월 21일, 6월 2일로 미뤄지다가 현재는 미정 상태다. 업계는 내년 초에는 EU가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중공업이 내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성공하면 그야말로 매머드급 조선사가 탄생하게 된다.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수주 시장을 70~80% 점유율로 독점하는 국내 ‘빅3’ 조선사 중 두 업체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