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요양병원에 갇힌 33명…“의료진, 감염된 채 환자 돌봐”

입력 2020-12-28 15:14 수정 2020-12-28 15:5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해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격리 중인 부천시 상동 효플러스요양병원 출입문이 18일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된 경기 부천시의 한 요양병원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남아 있는 의료진 전원이 감염된 상태로 확진자를 돌보고 있고, 병상 대기 중 숨지는 환자도 속출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28일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의 내부 상황에 대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병원에서 계속 확진자들을 돌보고 있다”며 “다른 병원 전담 병상을 배정받기 어려워 상황이 언제 나아질지도 알 수 없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이날 병원에 남아 있는 인원은 환자 23명과 의사 2명, 간호사·간호조무사 8명 등 총 33명이다. 이들 모두 코로나19 확진 환자로, 의료진 10명은 최근 환자들을 돌보다 잇따라 감염됐다.

의료진은 코로나19에 확진된 데다 전공도 감염병 분야가 아니어서 환자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내 코로나19 대응 시설도 충분치 않다고 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지난 18일부터 의료 인력을 지원하기 시작해 이날 현재 간호사 2명과 간호조무사 12명 등 14명이 힘을 보태고 있지만 여전히 확진자를 돌보기에 부족한 상황이다. 음압 시설 등 감염 가능성을 낮출 의료장비도 없어 파견 의료 인력의 감염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환자 가족들도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환자들을 하루빨리 다른 병원의 전담 병상으로 옮겨야 하지만 여유 병상이 없기 때문이다. 한 환자 가족은 “병원에 격리돼 확진된 90대 할머니가 2주를 기다리다 그저께 겨우 전담 병상으로 이송됐다”며 “사망자가 속출하는데 방역 당국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해 그동안 병원 주변만 배회했다”고 말했다.

부천시 관계자도 “병원 내 의료진(방대본 지원 의료 인력 제외)이 감염된 상태로 방호복에만 의지하며 확진자를 돌보고 있다”면서 “전담 병상 배정이 시급하지만 아직 방대본의 배정 소식은 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앞서 11일 부천시의 위험시설 전수검사 과정에서 이 병원의 요양보호사 6명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방역 당국은 곧장 코호트 격리를 하고 환자 12명과 의료진 및 직원 74명 등 200명을 격리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외부 확산은 일정 부분 억제됐지만 폐쇄된 병원 안에서 확진자가 폭증했다. 11층 건물 중 8층 전체를 요양병원으로 사용 중인 이곳에서 병원발 확진자가 방대본 집계 결과가 163명까지 늘어났다.

이 요양병원 관련 사망자도 14일 70대 남성 1명이 병상 대기 중 숨진 것을 시작으로 27일까지 총 34명이다. 이 가운데 7명은 다른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다가 숨졌지만 나머지 27명은 병원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병상 대기 중 사망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