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배달의민족(배민)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조건부 승인을 내리자 국내 벤처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정위의 판단을 두고 “한국 스타트업에 악영향을 끼칠 결정”이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스타트업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28일 입장문을 내고 “공정위가 산업계와 많은 전문가의 반대 의견에도 이런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코스포는 이어 “공정위는 플랫폼 사업자가 네트워크 효과를 바탕으로 얼마든지 음식 배달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을 외면했다”며 “공정위 결정은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글로벌 가치 평가에 악영향을 끼치고 글로벌 진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DH는 지난해 12월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약 88%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공정위에 기업 결합을 신청했다.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40억 달러(약 4조7500억원)로 국내 인터넷 기업의 인수·합병(M&A)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 당시 스타트업업계에서는 “국내 스타트업의 가장 바람직한 엑시트(exit) 사례”라면서 한국의 벤처 투자 시장을 활성화할 큰 계기라며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공정위의 결정을 두고 디지털 경제의 역동성을 외면했다고 평가한다. 공정위는 배민과 요기요가 있는 시장이 인터넷 검색이나 SNS와 다른 ‘배달앱’ 시장으로 봤다. 하지만 이미 쿠팡뿐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배달 주문에 뛰어든 추세인데 공정위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오픈커머스 사업자가 음식 배달 시장이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진출하고, OTT 사업자가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는 등 산업 간의 경계 없이 플랫폼을 넓히는 게 디지털 경제의 역동성이라고 설명한다. 코스포는 “디지털 경제와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혁신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코스포는 또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 우아한형제들과 글로벌 기업 DH의 결합은 국내 최대규모 스타트업 M&A인 동시에, 글로벌 진출의 중요한 이정표였는데, 공정위의 매각 결정으로 우리 스타트업의 글로벌 가치 평가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진출에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공정위는 DH가 배민을 인수하려면 6개월 안에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요기요 운영사)를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단서를 붙인 ‘사실상 불허’ 결정인 셈이다.
DH가 배민을 인수하면 요기요·배달통·푸드플라이까지 모두 합쳐 총 99.2%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 조성욱 위원장은 “두 업체가 합쳐질 경우 음식점 배달 수수료 인상 등 경쟁제한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