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 이재명 ‘공무원 사찰·인권침해’ 검찰 고발

입력 2020-12-28 14:02
엄강석 전공노 전공노 경기지역본부 남양주시지부장(오른쪽)과 전재완 변호사가 28일 고발장 접수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남양주시 제공

경기도의 감사를 보복감사로 규정하고 거부에 나섰던 남양주시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도 감사관들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남양주시는 엄강석 전공노 경기지역본부 남양주시지부장과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28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도 감사관 등 5명을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수원지방검찰청에 고발조치했다고 밝혔다.

조 시장은 고발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이 지사가 남양주시의 감사 거부에 대해 SNS에 의견을 냈던 ‘불법행정과 부정부패 청산에는 여야나 내편 네편이 있을 수 없습니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고발에 대한 취지를 설명했다.

조 시장은 “공무원에 대한 댓글 사찰과 심각한 인권침해 근절에는 여야나 내편 네편이 있을 수 없다. 시 공무원노동조합과 함께 경기도지사, 경기도 감사관 등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수원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며 “경기도에서 감사의 위법 부당함을 인정했다면 사법기관의 심판까지는 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무원에 대한 댓글 사찰과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한 경기도의 9번째 보복성 감사의 목적은 댓글을 단 공무원 5명을 징계하기 위한 꼼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도 없이 미리 작성해온 문답서와 공무원의 신상을 사전에 미리 파악해 온 행위는 심각한 인권침해이며, 경기도가 내세운 감사의 명분 또한 보복성 감사를 정당화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며 “당사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포털 아이디 및 댓글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한 것은 개인의 사상과 행동을 감시하는 명백한 사찰행위”라고 주장했다.

엄강석 남양주시지부장은 “감사는 잘못된 것을 바로 잡자는 것인데 감사 자체가 잘못된 행태라면 불공정 한 것”이라며 “남양주시 뿐만 아니라 경기도 공무원들의 신분에 위협이 되는 잘못된 관행이 바로 세워져야 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특별조사를 거부하며 지난달 23일 1인 시위에 나선 조광한 남양주시장과 이에 대해 SNS로 의견을 밝힌 이재명 경기도지사. 독자 제공·이재명 경기도지사 SNS 캡처

남양주시와 경기도의 갈등은 지난달 17일 경기도가 남양주시와 시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양정역세권 개발사업 특혜 의혹, 예술동아리 경연대회 사업자 불공정 선정 의혹, 코로나19 방역지침 위반 여부, 공유재산 매입 관련 특혜 의혹 등에 대한 특별조사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경기도의 특별조사는 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한 남양주시에 대한 보복성 감사라는 지적도 있었다. 조광한 시장은 감사에 반발하며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을 열고 시의 입장을 알렸고, 전국공무원노조 남양주시지부도 감사를 반대하며 경기도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7일 경기도는 특별조사 기간의 만료 등으로 조사를 중단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이번 남양주시의 고발로 두 지자체 간 갈등의 불씨가 살아나는 모양새다.

경기도 관계자는 남양주시의 고발에 대해 “부패 혐의에 대한 감사를 성실히 받고 고발했다면 남양주시장의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았을 텐데 조사 거부에 고발까지 하며 진상규명 회피하고 시간을 끌고 있다”며 “무척 유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발장 접수에 따른 조광한 남양주시장의 입장문 전문
입 장 문

남양주시장 조광한입니다.

공무원에 대한 댓글 사찰과
심각한 인권침해 근절에는
여야나 내편네편이 있을 수 없습니다.


오늘 우리시 공무원노동조합과 저는
경기도지사, 경기도 감사관 등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수원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하였습니다.

경기도에서 감사의 위법 부당함을 인정하였다면
이렇게 사법기관의 심판까지는 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공무원에 대한 댓글 사찰과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한
경기도의 9번째 보복성 감사의 목적은
댓글을 단 공무원 5명을 징계하기 위한
꼼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조차 하지 않고 미리 작성해온 문답서나
공무원의 신상을 사전에 미리 파악해 온 것은
정말 심각한 인권침해로
경기도가 내세운 감사의 명분은
보복성 감사를 정당화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합니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포털 아이디 및 댓글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한 것은
개인의 사상과 행동을 감시하는 명백한 사찰행위입니다.

이는 헌법상 기본권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사법기관의 엄중한 판단을 구합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공무원들이 자신의 댓글이
감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느낀다면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사생활의 자유나 사상, 표현의 자유가 없는
통제된 독재국가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여기에 공무원 신분까지 위협하는 듯한
겁박과 의무 없는 진술을 강요하는
고압적인 조사 과정에서 우리시 직원들은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민주국가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올곧은 법 집행을 위해 존재하는
공공기관 내부에서 버젓이 발생한 것입니다.

공직을 이용해 사익을 취하거나 불법행정을 한다면
상응한 책임을 묻는 것이 공정한 세상입니다.

민주주의는 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손에 잡히는 것이어야 합니다.

관행적으로 잘못된 일들이 조속히 바로 잡혀서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을 기대합니다.


남양주=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