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부상 탓에 지난 시즌을 조기에 종료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5위·스위스)가 내년 호주오픈에도 불참할 전망이다.
페더러의 매니지먼트사 대표 토니 갓식은 27일(현지시간) AP통신을 통해 “페더러는 2021년 호주오픈에 출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지난 몇 달 동안 무릎과 체력 단련으로 진전을 이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호주오픈 이후 투어를 시작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페더러의 불참 결정에는 2020시즌 중 받은 2번의 무릎 수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페더러는 지난 1월 2020 호주오픈 4강에 오른 뒤 부상을 입어 2월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이후 재활 과정을 이어가던 페더러는 또 다시 무릎에 이상을 느껴 두 번째로 무릎 관절경 시술까지 받게 됐다. 결국 페더러는 지난 6월 시즌을 조기에 마감하고 회복에 집중해 어떤 대회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페더러는 현재 부상을 거의 회복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비시즌 훈련을 진행 중이지만, 완전한 부상 회복을 바라는 페더러의 코치진들이 이번 대회는 건너뛰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호주오픈 본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3주 지연된 내년 2월 8일부터 멜버른 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다. 페더러는 이 대회 이후부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에 나설 전망이다. 갓식은 “2월 말에 열리는 대회에 대한 참가 일정을 정하기 위해 다음주부터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부상으로 올 한 해 동안 오랜 공백기를 가졌음에도 페더러의 인기는 여전하다. 페더러는 지난 22일 ATP 투어가 팬들의 투표로 선정한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 부문 1위를 차지했다. 18년 연속 1위의 대기록이었다.
다만 페더러가 휴식을 갖는 사이 다른 ‘빅3’들의 진전이 도드라졌다.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은 지난 10월 프랑스오픈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메이저대회 통산 우승 숫자에서 페더러(20회 우승)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도 올해 호주오픈을 우승하며 메이저 우승 횟수를 17회로 늘려 페더러-나달을 바짝 뒤쫓고 있다.
페더러는 지난 2016년에도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아 잠시 코트를 떠난 적이 있다. 이 부상 탓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US오픈을 포함해 2016시즌 후반기 대회를 모두 건너뛰었다. 하지만 부상을 극복하고 돌아온 뒤 2017년 호주오픈과 윔블던을 우승하며 진가를 증명한 바 있다. 2021년 페더러가 39세의 나이를 극복하고 황제의 면모를 드러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