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배달앱업체 ‘요기요’의 ‘배달의민족’ 인수·합병(M&A)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밝혔다. 업계 2위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가 1위 배달의 민족 운영업체인 ‘우아한 형제들’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팔라는 단서를 붙인 ‘사실상 불허’ 결정이다. DH는 지난해 12월 DH는 우아한형제들의 주식 약 88%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었다.
공정위는 두 업체가 합병될 경우 독과점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우려했다. 두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거래금액 기준으로 99.2%에 달했다. 공정위 조성욱 위원장은 “두 업체가 합쳐질 경우 음식점 배달 수수료 인상 등 경쟁제한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또 “최근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관련시장인 전국시장을 기준으로 한 점유율은 아직 5% 미만이며, 당사회사의 점유율은 여전히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공정위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배달시장의 동태성을 인정하지 않고 정체된 시장(정태성)으로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2009년에 이베이의 G마켓 인수를 승인했다. 당시에도 두 회사의 결합으로 시장점유율은 90%에 육박했다. 당시 공정위는 온라인마켓시장이 매우 역동적인 초기 시장이고, 진입 장벽이 낮아 언제든지 경쟁자가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합병을 승인했다. 배달업계에서는 현재의 배달시장과 당시 온라인마켓시장과 상황이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배달시장 3위업체인 쿠팡이츠가 1여년 만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맥도날드·스타벅스 등 브랜드 파워가 강한 외식 업체도 자체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공정위 결정에 정치권의 입김이 일정부분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두 업체의 합병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독과점으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가 우려된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1심 재판부 격인 공정위 전원위원회에는 민주당 오기형 의원이 참관인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공정위 일부 전원위원들은 심판에 앞서 참관인석에 내려가 오 의원에게 인사를 하기도했다. 대형로펌 관계자는 “판사가 판결에 앞서 심판대에서 내려와 방청석에 있는 정치인에게 인사한 꼴”이라며 “이러면서 무슨 공정위의 독립성을 이야기하느냐”고 비판했다.
공정위는 DH에게 시정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요기요를 매각하도록 명령했다. 만약 해당 기간 내에 매각을 할 수 없을만한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될 경우 6개월 범위 내에서 기간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