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 측이 자신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며 실명을 유출한 시 관계자들에 대해 시 차원의 징계와 경찰 구속 수사를 요구했다.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를 지원하는 여성·시민단체 연대체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28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 정보 유출·유포에 대한 엄정한 조치를 서울시·경찰·여성가족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지난 10월에도 청와대와 여가부에 2차 피해 대응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피해자 실명과 직장명을 네이버 ‘밴드’에 공개한 사람들을 경찰에 고소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가 없어 또다시 인권침해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울시장 권한대행에게 신상 유출자를 징계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장과 여가부 장관에게는 실명 유출, 유포 사안에 대한 긴급 구속수사와 서울시에 대한 2차 피해 현장점검을 각각 요구했다.
공동행동 측은 A씨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을 때도 가명을 사용했다며 이번 일로 신상이 공개돼 일상을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편지에 담긴 필체도 A씨의 신상을 특정하는 정보가 될 수 있어 편지 유포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동행동은 기자회견 이후 피해자 인권보장을 위한 긴급조치 촉구 서한을 서울시·서울경찰청·여가부에 제출했다.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와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A씨가 박 전 시장에게 보냈던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실명이 노출됐다. 김 교수는 “실명 노출은 의도치 않은 과정상 기술적 착오였다”고 해명했으나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졌다.
A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 24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 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누설금지 위반”이라며 김 교수와 민 전 비서관을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도 이날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교수와 민 전 비서관이 A씨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취지의 진정을 제기했다. 법세련은 “김 교수는 수사에 영향을 끼칠 불순한 목적으로 피해자의 손편지를 공개한 것”이라며 인권위가 김 교수와 민 전 비서관이 인권교육을 받도록 권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