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소설가 유미리씨가 자신의 올해 전미도서상 수상 소식에 대해 일본 언론들이 “일본의 두 번째 수상” 등으로 보도하자 “나는 일본인이 아니다”며 언론들을 꼬집었다.
유씨는 지난 2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전미도서상 수상기념 일본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내) 전미도서상 수상 소개에서 ‘일본인으로 두 번째’라든지 ‘일본 문학에서 두 번째’ 등 일본 작가라는 식으로 보도되는데 나는 일본인이 아니다”면서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일본어로 읽고 쓰기를 하고, 물론 일본어로 사고를 하고 있지만 국적은 한국, 대한민국”이라면서 “때문에 일본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그의 첫 소설 ‘돌에서 헤엄치는 물고기’가 실존 인물을 다뤄 사생활 침해 등을 일으켰다며 8년의 재판 끝에 출판금지라는 초유의 판결을 받은 사건이 작가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나왔다.
유씨는 “그 소설은 내 첫 작품이었다. 소송으로 소설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한 셈이다. 그래서 받은 영향은 ‘항상 소설이란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왔다는 것이다. 작품을 쓸 때 항상 이를 묻는 것은 정말 큰 영향”이라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이어 “또 하나 내게 크게 영향을 끼친 일은 아쿠타가와상을 받았을 때 우익을 자처하는 남성이 수상기념 사인회가 예정된 서점 7곳에 협박 전화를 해서 사인회가 중지된 일”이라며 “그 협박의 이유는 (내가) 재일 한국인, 즉 자이니치라는 것이었다”고 담담히 밝혔다. 전미도서상 수상 관련 일본 언론 보도와 대한민국 국적임을 언급한 것은 이 사건을 설명하면서다.
일본 언론들이 미국 최대 권위 상을 받는 영광의 순간에 자신을 일본인인 것처럼 보도했지만 동시에 자신이 일본인이 아닌 재일동포,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공격받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또 “그것이 내 속성”이라며 “재일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공격당하는 일이 있다는 것이 ‘사람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계속 자문하게 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소설 ‘우에노역 공원 출구(Tokyo Ueno Station)’로 올해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도서상 가운데 하나인 전미도서상을 한국 동포 작가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앞서 1997년 소설 ‘가족 시네마’로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바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