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백신여권’ 들고 해외여행 가는 시대

입력 2020-12-28 10:44 수정 2020-12-28 10:48
스페인 중부 과달라하라의 한 요양원에서 27일(현지시간) 96세의 아라첼리 이달고 할머니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앞으로는 ‘백신 여권(vaccine passport)’이 있어야 해외여행이 가능한 시대가 올 것으로 보인다. 국경을 오가거나 대중 밀집 시설에 들어갈 때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이 가장 공신력 있는 정보가 될 거라는 전망이다.

CNN은 27일(현지시간) “몇몇 기업과 정보 그룹이 코로나19 검사와 백신 접종에 대한 세부 정보를 업로드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나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백신을 접종한 사실을 입증하는 디지털 증명서를 만드는 것이다.

스위스 비영리단체 코먼스 프로젝트와 세계경제포럼(WEF)은 이런 용도로 활용될 ‘코먼패스’ 앱 개발을 추진 중이다. 코로나19 검사 결과나 의료기관에서 발급한 백신 접종 증명서를 업로드하는 방식이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27일(현지시간) 의료계 종사자들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특히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우려 없이 관련 증명서나 통행증이 QR코드 형태로 발급돼 언제든 제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 장소마다 요구하는 증명서의 목록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이들은 루프트한자·유나이티드항공 등 항공사, 수백개 의료법인과 협업해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코먼스 프로젝트의 최고마케팅·커뮤니케이션책임자 토머스 크램튼은 “국경을 넘을 때마다 검사받을 수는 있지만 백신을 맞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백신 여권 개발에는 대형 IT 기업들도 가세했다. IBM은 ‘디지털 헬스 패스’라고 불리는 자체 앱을 개발했다. 콘서트장·회의장·경기장 등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발열검사, 코로나19 검사, 백신 접종 기록 등 각종 정보를 맞춤형으로 설정할 수 있다.

비영리기구 ‘리눅스 파운데이션 공중보건’은 이러한 기관들이 모인 ‘코로나19 증명서 계획(Covid-19 Credentials Initiative)’과 파트너십을 맺고 개발에 힘을 보태고 있다. 브라이언 벨렌도프 리눅스 파운데이션 사무국장은 “백신 증명서는 이메일이나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서로 정보 교환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의 한 대학병원에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오른쪽) 그리스 총리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AP 연합뉴스

CNN은 이를 두고 “앱 개발자들이 개인정보 보호 문제나 백신마다 제각각인 효능 등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도 “코로나19 감염자 접촉 추적 앱이 일관성 없이 시행됐던 일을 피하는 것이 가장 긴급한 도전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연방정부의 통일된 지침이 없어 주마다 이를 도입하면서 땜질식으로 시행해 논란이 됐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