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악이 끝나자 비극… 내슈빌 폭발 용의자가 튼 팝송

입력 2020-12-28 10:18 수정 2020-12-28 10:25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현지시간) 자동차 한 대가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도로를 달리고 있다. 내슈빌 경찰이 이날 아침 총소리가 들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가운데 이 차량은 15분 후면 폭탄이 터질 것이라고 녹음된 메시지가 흘러나온 뒤 폭발했다. 로이터 연합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시내 한복판에서 차량 한 대가 폭발하는 ‘크리스마스 비극’ 발생 직전, 차 안에서는 1960년대 유명 팝송이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수사 당국은 현장에서 자폭한 용의자의 단독 범행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이 음악과 사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AP통신의 2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수사 당국은 내슈빌에 거주하는 63세 남성 앤서니 퀸 워너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전날 자택을 수색했다. 그 결과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유해가 그의 DNA와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아울러 사건에 이용된 캠핑용 차량(RV)이 워너가 등록한 RV의 차량 번호와 같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수사를 주도한 연방수사국(FBI) 관계자는 “워너를 제외한 다른 사람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며 워너의 단독 범행 가능성을 크게 봤다. 다만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 난 것이 없어 미궁에 빠져 있다.

워너는 이 지역 한 부동산 중개회사에서 컴퓨터 컨설턴트로 일한 적 있으며 평소 주변 사람들과 갈등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내슈빌 WSNV방송은 “워너가 ‘5G 네트워크는 미국인들을 염탐하기 위한 도구’라는 식의 생각을 했을 수 있고 이런 편집증이 사건 배경이 됐는지를 수사 당국이 조사 중”이라고 보도하며 의혹을 조명한 바 있다.

크리스마스 차량 폭발 사건이 발생한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현장에서 지난 26일(현지시간) 수사관들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

실제로 워너의 차량은 미국 통신사 AT&T 전화교환국 중앙사무실이 있는 건물 앞에서 폭발했는데, 이로 인해 일부 통신 서비스가 중단되고 공항의 비행기 이륙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또 워너가 최근 주택 2채의 소유권을 2명의 여성에게 넘기는 등 재산을 정리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그의 계획 범행에 여러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다.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것은 차량 폭발 직전 현장에 유명 팝송이 울려퍼졌다는 점이다. 당시 총격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해당 RV에서 15분 후 폭탄이 터질 것이라는 내용을 시작으로 “지금 대피하라”는 메시지가 카운트다운 형식으로 계속 나오는 것을 들었다. 이후 팝송 한 곡이 흘러나왔고 음악이 끝나자마자 RV는 폭발해 불덩이가 됐다.

한 경찰관이 일부 가사를 기억해 내 찾은 결과 용의자가 튼 것으로 추정되는 팝송은 1965년 빌보드 핫100 1위에 올랐던 페툴라 클라크의 ‘다운타운(Downtown)’이었다. 이번 사건이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노래 제목과 이어지는 듯 보이지만 수사 당국은 구체적으로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