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 업계에서 청년 성공신화를 쓴 39세 사업가가 돌연 사망해 중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중국 공안은 해당 사업가가 동료에게 독살당한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27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게임회사 유주(游族·YOOZOO)는 지난 25일 인터넷에 올린 성명에서 자세한 경위는 밝히지 않은 채 회사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린치(林奇) 회장이 숨졌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지난 16일쯤 린 회장이 갑작스럽게 입원해 치료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회사는 린 회장이 몸이 불편해 입원했지만 상태가 안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린 회장 주치의는 그가 16일 저녁 6시쯤 병원을 찾아왔으며 당시에는 고통이 심했지만 스스로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이후 병세가 급격히 나빠져 호흡과 심장박동이 일시 정지됐으며 삽관과 심폐소생술을 통해 겨우 위험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17일 저녁 린 회장은 사실상 뇌사상태에 빠졌다고 주치의는 설명했다. 린 회장은 병원에 오기 전 블루베리를 먹었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상하이 경찰도 지난 23일 SNS를 통해 39세 린씨 성을 가진 남성이 독극물에 중독됐으며 용의자가 현재 구금상태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 주간중국경제는 출처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유주의 영화제작사 자회사 ‘삼체우주’ 최고경영자(CEO)인 쉬야오(徐堯)가 린 회장과 근무조건과 관련해 분쟁이 있었으며 이 때문에 약에 독을 섞어 린 회장을 독살했다고 보도했다.
사건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국 매체들은 그간 중국에서 큰 관심을 끌던 공상과학 소설 ‘삼체’의 영화화 문제가 이번 사건의 배경이 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주는 중국 안팎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 류츠신(柳慈欣)의 소설 삼체의 영화 제작권을 확보하는 데 2000억원을 들여 6부작 영화로 제작하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수년간 이 프로젝트는 지지부진했다. 주간중국경제는 린 회장이 쉬 대표를 해고하는 대신 급여를 삭감하기로 했고 이후 약물 중독으로 숨졌다고 설명했다.
삼체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 휴가지에서 읽은 것으로 알려져 크게 주목받은 작품으로 작가 류츠신은 아시아인 최초로 SF문학상인 휴고상을 받기도 했다. 쉬 대표는 린 회장의 대학 친구이자 전 유주네트웍스 이사 출신의 유주게임즈가 설립한 자회사 삼체우주의 CEO다.
저장성에서 1981년 태어난 린 회장은 2004년 난징우전대학을 졸업하고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1년간 근무하다 창업에 나섰다. 2009년 5월 유주정보를 세워 온라인 게임 ‘36계’를 론칭, 인기를 끌면서 회사를 키워 메이화산을 인수했다.
메이화산 인수 후 유주정보와 합병해 유주왕뤄를 탄생시켰다. 린 회장은 유주왕뤄의 지분 36.6%, 1억주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면서 1조원대 자산가가 됐다. 유주왕뤄는 미국 인기 드라마 ‘왕자의 게임’을 원작으로 한 게임 ‘게임 오브 스론 윈터 이즈 커밍’을 제작해 이름을 알렸다.
또 텐센트와 슈퍼셀의 인기 게임 ‘브롤스타즈’의 중국 배급사 역할도 맡고 있다. 해외로 진출한 최초의 중국 게임개발사 중 한 곳인 유주는 2020년 상반기 매출의 절반가량이 해외에서 나왔다. 린 회장의 순자산은 68억 위안(약 1조150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