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또다시 연장되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3주 동안의 2.5단계 조치의 효과가 크지 않았던 데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지나며 확진자 수가 더 늘지 않을까 우려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27일 만난 자영업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이 발표되자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거리두기 2.5단계가 시작됐던 지난 8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90여명대였지만, 연장이 발표된 전날 신규 확진자는 970명이었다. 3주 동안 확진자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경기도의 한 체육관은 20일째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지난 8일 2.5단계 조치로 문을 닫은 이후 코치가 유튜브에 ‘하루 과제’를 업로드하면서 회원들을 관리하고 있다. 보증금을 내는 조건으로 운동기구도 빌려주고 있지만 원격수업만으로 체육관을 운영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관장 박모(47)씨는 “확진자 규모가 1000명을 넘나드는데 28일에 문을 열 수 있을 거라고 기대도 하지 않았다”면서 “다음달 3일 이후에도 2.5단계가 끝없이 연장되는 시나리오가 가장 최악”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적용된 식당이나 브런치 카페 등도 혼란스런 모습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음식점 종업원 홍모(57·여)씨는 “중장년 단체 손님들은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설명하면 화를 내거나 욕을 하며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예 문을 닫겠다는 업장도 늘고 있다. 마포구에서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는 원모(38)씨는 “설날 연휴까지 2달 정도 휴업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직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도저히 버틸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거리두기 2.5단계와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로는 확산세를 잡기 힘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노원구의 한 패밀리 레스토랑은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손님들로 북적였다. 종업원 최모(23)씨는 “가족 손님들이 몰리면서 30분 이상 대기줄이 생겼다”면서 “거리두기 조치를 강화했다고는 하지만 이런 틈이 계속 발생하면서 확산세가 이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었다”고 털어놨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등에 몰린 사람들의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일반 국민들에 비해 정서적으로도 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숙박·음식점업과 서비스업 등 종사자 10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를 포함한 소상공인들은 높은 불안감과 우울감을 느끼고 있었다. 불안 정도가 ‘위험군’에 속하는 소상공인 비율은 17.1%였고, 우울 정도가 위험군인 경우는 20.2%였다. 일반 국민들의 위험군 비율이 각각 15.0%, 18.6%인 것과 비교하면 심리적 피해를 호소한 이들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대비 매출이 줄었다는 응답은 70.8%였고, 매출 감소 비율은 평균 37.4%였다. 코로나19가 지속된다면 폐업을 고려(31.7%)하거나 폐업하겠다(0.7%)는 응답도 32.4%나 됐다.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고민하게 만드는 데는 지역과 매출액 감소폭, 우울지수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부담되는 요인은 58.6%가 임대료를 꼽았다. 이어 인건비(29.8%), 각종 세금(6.5%)이 뒤를 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 등에서 받은 지원금은 임대료에 가장 많이 사용했다. 47.3%의 소상공인이 임대료에 지원금을 주로 사용했다고 답했으며 인건비(19.1%), 개인 생활자금(13.5%) 순이었다.
황윤태 정진영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