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교수 또는 그 가족은 표창장 원본과 원본 사진파일을 조국의 인사청문회 무렵 갖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27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가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에 ‘괘씸죄’를 적용한 데는 이 같은 판단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가 딸 조민씨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는지 여부는 수사나 공판 과정에서 원본을 확인해보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정 교수 측은 검찰조사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표창장 원본과 사진파일 원본을 분실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우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전날인 지난해 9월 5일 정 교수가 동양대 직원과 통화하면서 ‘총장 직인 부분을 문질러도 번지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주목했다. 앞서 법정에 나온 동양대 직원들은 상장에 인주를 묻힌 직인을 찍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청문회 시점에 정 교수와 딸 조씨가 표창장 원본을 갖고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청문회 당시 박지원 의원이 공개한 조씨의 표창장 사진파일도 눈여겨봤다. 표창장 사진파일에 대한 정 교수 가족의 진술은 엇갈렸다. 딸 조씨는 검찰 조사에서 “저는 사진파일이 없다. 부모님 중 누군가 보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교수는 “표창장 사진을 보관하지 않았다”고 했고, 조 전 장관은 “표창장 사진을 갖고 있느냐”는 박 의원 질문에 “저희 아이가 찍은 것을 보내준 것 같다”고 진술했다.
미궁에 빠졌던 사진파일 출처는 조 전 장관의 청문회 신상팀장이었던 김미경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증언으로 실마리가 풀렸다. 김 비서관은 지난 8월 표창장 사진 유출 경위에 대해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면서도 “누군가에게 제가 보냈을 순 있을 것 같다”고 증언했다. 입수 경위에 대해서는 “조 전 장관 가족에게서 받았을 텐데 시기와 주체는 기억나지 않는다. 입시 관련 자료는 대부분 정 교수에게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정 교수나 가족이 휴대전화로 표창장 사진을 찍었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 측은 청문회 이틀 뒤 검찰에 표창장 사진파일을 냈지만 촬영일시 등 파일 속성값이 지워진 채였다. 정 교수 측이 언제까지 표창장 원본을 소지했는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해 “정 교수가 표창장 위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표창장 원본과 원본 사진파일을 모두 분실했다고 주장하면서 수사기관과 법원에 제출하지 않는 사정은 위조 범행을 뒷받침한다”고 판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