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향해 “백신 안줄거면 미군 나가” 경고한 두테르테

입력 2020-12-27 15:05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P뉴시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에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지 않으면 양국 합동 군사훈련의 근거가 되는 방문군 협정(VFA)을 종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리핀 인콰이어 등 현지언론은 27일 두테르테 대통령이 전날 대통령궁 회의에서 “VFA가 종료 직전에 있다. 우리 허락이 없다면 미군은 필리핀을 떠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이 최소 2000만개의 백신을 전달할 수 없다면 그들은 나가야 한다. 백신 없이는 여기 있을 수 없다”고 말해 회의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이 백신 제공을 원한다면 잡음 일으키지 말고 제공하라”고도 주장했다.

VFA는 1998년 필리핀과 미국 사이에 체결된 협정이다. 훈련을 위해 입국하는 미군의 권리와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항공모함 USS 로널드 레이건호가 마닐라 만에 정박해 있는 모습. AP뉴시스

앞서 필리핀은 해당 협정을 올해 2월 종료하겠다고 통보했고, 180일의 경과 기간이 끝나는 8월 종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차례에 걸쳐 미국에 종료 절차 중단을 통보해서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된 상태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VFA 카드까지 꺼내 미국을 압박하는 건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계속 나빠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필리핀은 인도네시아에 이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26일 기준 확진자는 46만7601명, 사망자 수는 9062명에 달한다.

필리핀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중국 시노백 백신 2500만회 분을 내년 3월까지 구매할 계획인데, 브라질에서 해당 백신의 예방 효과가 50% 수준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구매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