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20%는 ‘우울 위험군’…코로나 타격이 메르스보다 1.5배 커

입력 2020-12-27 15:01

올 한해 코로나19로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들이 정서적으로도 일반 국민에 비해 부정적 영향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이 정부 및 지자체에서 받았던 지원금은 절반 가까이가 임대료 납부에 쓰였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진행한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10월 19일부터 11월 5일까지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여가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1018명을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지난해 대비 올해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응답은 70.8%였고, 매출 감소 비율은 평균 37.4%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다면 폐업을 고려(31.7%)하거나 폐업할 것(0.7%)이라는 응답은 32.4%로 적지 않았다. 소상공인들이 폐업을 고민하게 만드는 데는 지역과 매출액 감소폭, 우울지수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 재난 대비 코로나19 일상생활 영향 정도. 소상공인연합회 제공

이번 조사에서는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로 받은 영향을 정서적 차원을 조명했다. 그간 소상공인들은 “메르스, 사드 사태 때보다도 타격이 크다”고 얘기해왔는데, 이게 수치로 표현되니 코로나19가 메르스 때보다 일상생활에 1.54배 더 많은 지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 때보다는 1.33배 높았다. 이를 5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코로나19가 4.5점, 세월호 참사가 3.38점, 메르스가 2.92점이었다.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불안, 우울의 정서를 일반 국민들보다도 높게 느끼고 있었다. 불안 정도가 ‘위험군’에 속하는 소상공인은 17.1%였고, 우울 정도가 위험군인 경우는 20.2%였다.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 각각의 위험군 비율이 15.0%, 18.6%인 것과 비교하면 소상공인들이 받은 심리적 피해의 정도가 더 컸다.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이 경제적인 부분뿐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에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지원금액 주 사용처. 소상공인연합회 제공

한편 소상공인들은 임대료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었다. 부담이 되는 요인을 한 가지만 꼽으라고 했을 때 58.6%는 임대료를 꼽았고, 인건비(29.8%), 각종 세금(6.5%)이 뒤를 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나 지자체에서 받은 지원금은 임대료에 가장 많이 사용했다. 47.3%의 소상공인이 임대료에 지원금을 주로 사용했다고 답했으며, 인건비(19.1%), 개인 생활자금(13.5%) 순이었다. 임대료에 지원금을 주로 사용했다는 응답은 업종 간 차이가 없었다.

그간 진행됐던 지원정책 중에서는 긴급고용 안정지원금과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2단계 금융지원 프로그램, 착한 임대인 재산세 감면 지원에 대한 긍정 평가가 많았다.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정책으로는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전자금 대출(56.5%), 임대료 지원(51.2%), 부가세 등 직간접세 세제 혜택·감면(47.0%)을 높게 꼽았다. 다만 소상공인의 53.5%는 정부의 지원수준이 충분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근본적 해결이 아닌 일시적 지원에 치우쳐있다’(45.9%) ‘실제 지원금이나 혜택이 기업 수요에 비해 적다’(39.3%)는 게 주된 이유였다.

현재까지 코로나19 대확산이 3차까지 발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될 때마다 소상공인들의 불만도 함께 높아져왔다. 이와 관련해 소상공인들은 ‘정책은 이해하지만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40.9%)는 데 가장 크게 공감했다. 이어 ‘일부 고위험 업종에 대해서만 단속을 강화하고 다른 업종은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26.8%로 뒤를 이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