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항의’ 오사카, 포브스 선정 올해의 선수

입력 2020-12-27 12:55
타미르 라이스란 흑인 인종차별 희생자 이름이 적힌 마스크를 쓰고 US오픈 결승전 장소에 도착한 오사카 나오미의 모습. AP연합뉴스

올해 US오픈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우승자이자 흑인 인종차별에 대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던 오사카 나오미(23·일본)가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2020년 올해의 스포츠 인물’로 선정됐다.

포브스는 27일 나오미를 올해의 스포츠 인물로 선정하며 “오사카는 올해 세계랭킹이 10위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여자 선수 중 최고의 수입을 올리는 등 코트 안팎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오사카는 지난 9월 US오픈 결승전에서 빅토리야 아자란카(벨라루스)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8년 같은 대회 결승에서 세레나 윌리엄스(미국)을 꺾으면서 혜성처럼 등장한 뒤 2019년 호주오픈 우승까지 3년 연속 ‘메이저 퀸’에 등극한 것.

아이티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지난해 일본 국적을 취득한 오사카는 아시아 국적 선수로는 남녀 통틀어 최초로 메이저 단식 3회 우승을 달성했다. 테니스 단식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것도 오사카가 아시아 최초였다.

성적만큼이나 벌어들인 수입도 ‘월드클래스’였다. 오사카는 올해 5월 포브스가 발표한 스포츠 선수 수입 순위에서 최근 1년간 3740만달러(약 412억7000만원)를 번 것으로 집계돼 여자 선수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최근 4년 연속 이 부문 1위였던 윌리엄스(3600만달러)를 140만 달러 차로 제친 것. 2019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오사카의 수입 액수는 역대 여자 선수 수입 최고액이다.

경기 외적으로도 오사카의 영향력은 올 한해 가장 뜨겁게 주목 받았다. 오사카는 US오픈 당시 매 경기 인종차별로 억울하게 숨진 흑인 피해자들의 이름이 적힌 마스크를 쓰고 나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대회 직전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웨스턴 & 서던 오픈에서는 경찰로부터 총격을 받은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 사건에 항의해 준결승전에 기권하겠단 뜻을 밝혔다 번복하기도 했다. 오사카는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도록 하려는 취지였다”고 마스크를 쓴 의미를 밝힌 바 있다.

포브스는 “오사카는 자신의 영향력을 인종 차별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데에도 활용했다”며 단지 성적과 상금 뿐 아니라 사회적인 영향력까지 올해의 선수 선정에 고려됐음을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