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경제 3법 입법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내며 향후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선제 대응을 강조했다. 통과된 법 테두리 안에서 경영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23일 열린 송년 기자 간담회에서 “기업규제 완화되는 법은 안 해주고 기업한테 부담되는 법안들을 막 처리할 때는 정말 무력감을 느낀다”며 “특히 경제 3법의 경우에는 내용뿐만 아니라 처리 과정에서 굉장히 서운했다”고 말했다.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했다.
박 회장은 국회와의 관계를 ‘애증’이라고 표현했다. 보람과 무력감 모두 국회와 관련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올해와 같이 어려울 때 추경 좀 빨리해달라는 부탁을 드렸는데 4차례나 해준 부분은 보람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박 회장은 “이미 법률이 통과됐으니 이제는 통과된 법 테두리 안에서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며 “기업도 테두리 안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투명하고 경영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할 수 있는가 대책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통과된 3법에 대해서는 하위에 시행규칙, 시행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조금 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대책들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경제 3법 입법 과정에서 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가 각각 의견을 전달해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박 회장은 “경제단체는 단체 성격에 따라 내는 목소리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단합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보다도 단합이 뭘 의미하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단체도 전문적으로 합리성을 가지고 논의하려면 팩트와 의견이 테이블 위에 올라오고 거기서부터 의견 형성이 되어야 한다”며 “법 통과, 반대를 먼저 강력하게 내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앞으로도 경제단체가 한꺼번에 몇 개 단체가 모여서 공동성명 내는 것을 좀 줄어들어야 한다”고 했다.
박 회장은 내년 3월 7년 5개월의 임기를 마무리한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SK 회장이 차기 회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은 “어느 분이 됐든지 차기 회장은 상당히 더 큰 책임감 하에 이 자리에 들어오게 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권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