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폭발 사건…FBI, ‘의문의 차량’ 사라진 주택 수색

입력 2020-12-27 10:50 수정 2020-12-27 13:13
크리스마스에 테네시주 내슈빌서 차량 폭발 사건
“지금 대피하라. 폭발물 있다” 기계음 경고 메시지
폭발 연관 추정 차량 주차됐다가 사라진 주택 수색
사건 전모 아직 미궁…고의적 폭발 사건에 무게

크리스마스였던 25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중심가에서 폭발 사건에 이용된 차량이 불타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수사당국이 크리스마스였던 25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의 주도인 내슈빌 시내 중심가에서 발생한 차량 폭발 사건의 용의자를 압축해 해당 인물과 관련된 주택을 수색했다고 AP통신이 26일 보도했다.

CBS방송은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내슈빌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63세의 백인 남성 앤서니 퀸 워너가 이번 폭발 사건과 관련된 용의자라고 전했다.

핵심 단서는 레저용 차량(RV)이다. 폭발에 사용된 것과 매우 유사한 레저용 차량이 워너와 연관된 주택 앞에 여러 해 동안 주차돼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는 것이다.

“대피하라. 폭발물 있다” 기계음…미스터리 폭발 사건

크리스마스 이른 아침인 25일 오전 6시 30분 미국 컨트리 음악의 고향인 내슈빌의 시내 한복판에서 차량 폭발 사건이 발생했다. 이 폭발로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폭발 현장에서 발견된 조직 샘플이 발견됐는데, 이것이 사람의 유해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유해가 이번 폭발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경찰과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25일(현지시간) 차량 폭발 사건이 발생한 테네시주 내슈빌의 도로를 봉쇄하고 수사를 펼치고 있다. AP뉴시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폭발을 예고했던 녹음 메시지다.

지역 주민인 베시 윌리엄스는 뉴욕타임스(NYT)에 사고 직전인 이날 새벽에 총성 같은 것이 들렸으며 그 이후 한 대의 레저용 차량이 자신의 아파트 근처 도로에 주차된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이어 “(그 차에서) ‘지금 대피하라. 이 차엔 폭발물이 있고, 곧 폭발할 것이다. 지금 대피하라’는 녹음 메시지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녹음 메시지는 카운트다운을 시작했고, 윌리엄스는 가족과 함께 아파트에서 뛰어나와 대피했다는 것이다.

AP통신도 레저용 차량에서 ‘폭발물이 15분 안에 터질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가 크게 울려 퍼졌다고 존 드레이크 내슈빌 경찰청장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경고 메시지는 여성 목소리의 기계음이었다고 한다.

내슈빌 경찰은 폭발 30분 전인 오전 6시쯤 총소리가 들린다는 신고를 받고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출동했던 6명의 경찰들은 녹음된 경고 메시지를 듣고 인근 주택들의 문을 두드리며 지역 주민들을 대피시켜 인명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들 경찰들은 자신을 돌보지 않았던 구조 활동으로 극찬을 받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경찰은 현장 도착 이후 위험물 취급반을 호출했다. 그러나 위험물 취급반이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던 오전 6시 30분쯤 차량은 폭발했다. 주변 건물이 파손될 정도로 파괴력은 강력했다. 폭발한 차량은 새벽 1시 22분에 도착해 주차된 것으로 알려졌다.

500개 단서…항상 주차됐던 ‘의문의 차량’ 사라졌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수사 요원과 분석가 등 250명 이상의 요원들을 투입해 이 폭발사고를 수사하고 있다고 더그 코네스키 FBI 멤피스지부 특별수사관이 밝혔다.

수사에 성과는 있었다. FBI는 500여개의 단서들을 확보해 추적 중이며, 이번 폭발과 관련이 있을지 모르는 인물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폭발물 단속국(ATF) 요원들이 26일(현지시간) 폭발 사건과 관련해 테네시주의 앤티오크에 위치한 2층 주택에 대한 수색을 펼치고 있다. AP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용의자 한 명이 수사선상에 떠올랐다. 63세의 백인 남성 워너다. FBI와 폭발물 단속국(ATF) 요원들은 사고 현장인 내슈빌에서 남동쪽으로 18㎞ 떨어진 앤티오크에 위치한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2층 주택에 대한 수색을 26일 펼쳤다. 이 주택은 워너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BI와 폭발물 단속국 요원들은 특히 이 주택의 지하실에 대해 수사를 집중했다.

이 주택에 수사요원들이 들이닥친 것은 폭발에 이용된 레저용 차량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2019년에 찍힌 구글 스트리트뷰 이미지에는 이 주택의 진입로에 흰색 레저용 차량으로 보이는 것이 나타나있다”면서 “이웃 주민들은 지역 방송국에 ‘그 차량이 그곳에 여러 해 동안 주차돼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FBI는 “현재 시점에서 우리는 한 명의 용의자도 확인해줄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입을 닫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고의적 폭발 사고”…통신 먹통에 비행기 운항 중단

이번 폭발 사건의 전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수사당국은 고의적인 의도에 따른 폭발 범행 가능성이 크다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빌 리 테네시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서한을 보내 “이번 폭발 사건은 고의적 폭발의 결과”라면서 비상사태 선포와 연방 정부의 도움을 호소했다.

이번 폭발 사건으로 내슈빌에 위치한 일부 역사적 건물을 비롯해 최소 41개 업체가 피해를 입었다고 NYT는 보도했다.

특히 통신회사 AT&T의 통신 전파 건물도 폭발 피해를 입어 혼란이 더욱 커졌다. 휴대전화 서비스가 중단됐고, 테네시주는 물론 인근 켄터키주와 앨라배마주의 일부 지역에선 911 경찰 신고 전화도 먹통이 됐다. 또 내슈빌의 병원과 지역사회의 코로나19 긴급 통신망도 가동을 멈췄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통신 문제 때문에 내슈빌 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편을 일시 중단시켰다.

이번 폭발이 발생한 지역은 미국 컨트리 음악의 본고장인 내슈빌에서 술집과 식당 등이 늘어선 시내 한복판이다. 폭발 사건이 사람들이 붐비는 저녁 시간 대 발생했더라면 인명피해가 더 커질 수 있었던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