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마을분쟁해결지원센터가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파트 층간소음 등 시민 생활과 밀접한 분쟁을 중재해 주민자치 활성화를 견인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청소년들의 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층간소음 등에 따른 마찰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마을분쟁해결센터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2015년 9월 전국에서 처음 문을 연 마을분쟁해결센터가 그동안 1918건의 주민갈등을 접수해 83.5% 1601건을 원만하게 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소송 등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당사자 간 대화를 통해 첨예한 갈등을 자율적으로 풀었다는 것이다.
접수된 생활분쟁은 층간소음이 584건으로 가장 많았고 생활 누수 199건, 애완견 소음 156건, 층간 흡연 122건, 주차 문제 79건 등이었다.
코로나 19가 퍼진 올해는 특히 층간소음에 따른 분쟁이 잦았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3건에 비해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와 5개 자치구, 광주지법, 변호사회, 법무사회,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자원봉사센터 등이 협업하는 센터는 현재 6곳에서 운영 중이다. 아파트 단지 등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를 두고 토론·조율을 거쳐 갈등 해소 방안을 찾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까운 곳에 사는 주민 간 소통과 분쟁해결센터를 직접 찾아오는 데 부담을 갖는 주민들의 의견대립·충돌을 막는 마을 단위 ‘소통방’ 43곳도 새로운 갈등 해결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소통방은 평소 마을 사랑방처럼 공동체 교류와 화합을 다지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현재 양림동 ‘버들숲마을 동개비’, 서창 ’마주침’, 신안동 ‘징검다리’, 신창동 ‘사랑나눔’, 노대동 ‘콩깍지 송화마을, 진월동 ’이웃사촌마을’, 주월동 ‘오카리나 문화마을’ 백운동 ‘오순도순 까치마을’ 등이 운영 중이다.
이곳에는 주민화해지원인 교육을 마친 490여 명의 주민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주민 간 갈등 조정을 전담하고 있다.
센터 측은 이웃 간 갈등 사항이 접수되면 상담과 방문, 갈등 당사자 간 화해지원 회의를 통해 갈등 해결과 예방에 나선다. 대화와 소통,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토대로 ‘역지사지’ 하다 보면 갈등은 눈 녹듯 사그라든다.
센터 측은 가장 먼저 상대방에게 참여 의사를 확인해 화해 조정회의를 연다. 자율적 합의를 통한 관계회복에 나서는 절차다.
상대방이 집에 없을 때는 신고인이 접수한 갈등 사항을 종이에 적어 피신고인(상대방) 집 현관 또는 대문에 걸어두는 ‘문고리 소통’ 방식도 활용한다. 피신고인이 자신의 입장과 상황을 종이 반대편에 기록하도록 유도하는 문고리 소통은 적잖이 갈등의 실마리를 푸는 창구가 되고 있다.
변호사와 법무사 등은 각종 생활분쟁이 강제적 절차보다 양보와 타협으로 이어지도록 중재하고 합리적 대안을 찾는 역할을 한다. 센터 측은 각 소통방과 갈등 해결 사례 경험을 공유하고 해소방안 등도 함께 논의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빈번하게 생기는 사소한 마찰을 주민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자발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주민 주도의 합리적 분쟁 해결 시스템이다.
마을분쟁해결센터 민문식 센터장은 “생활분쟁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점에 착안해 해결 방안을 고민하다가 행정기관, 사법기관, 지역 법조계 등 공동체가 힘을 합치게 된 것“이라며 “순수 봉사단체인 각 마을 단위 소통방이 일종의 ‘분과’ 기능을 하면서 다양한 민원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